찌르면 ENTJ도 울어요
회사에서 우는 건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직무 때문에 일이 생겨서 우는 건 더더욱.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 같아서, 어떤 상황에서도 눈물은 보이지 않으려 했다. 커피를 쏟았다며 눈가를 훔치는 동료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찼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일까, 나의 첫 눈물은 커피숍에서였다.
창 밖으로 평소처럼 퇴근하는 직원들이 보이던 그 자리에서, 나는 출근이 아닌 퇴사를 맞이하고 있었다.
점심 시간 직후에 갑자기 잡힌 면담. 이상한 예감은 들었지만, 어떤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우리 회사에서는 이제 당신이 할 일이 없다"는 말이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다. 알겠다고,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동료가 무슨 면담이었냐고 물어봤을 때였다. "오늘 당장 나가라는데요"라고 말하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가장 친했던 동료는 내 대신 화를 냈고, 팀장님은 나를 정직원으로 추천해주셨던 이사님께 바로 전화를 했다. 이사님의 전화도 왔지만, 차마 받을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서 경황도 없고, 인사도 제대로 못 한 채 장비를 반납하고 회사를 나왔다. 회사 아래 커피숍에서 친한 동료들을 기다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매일 아침 이 자리에서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를 들고 출근했었는데. 늘 보던 풍경인데 왜 이렇게 낯설까.
창피한 줄도 모르고 엉엉 울었다. 회사를 언젠가는 당연히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쫓겨날 만큼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서러움이 밀려왔다. 평소라면 절대 보이지 않았을 눈물이, 이제는 더 이상 이 회사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멈추지 않고 흘렀다. 그때 알았다. 감정을 통제하는 게 능력이 아니라는 걸. 눈물이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는 걸. 오히려 그동안 감정을 숨기려 했던 내가, 눈물을 보이기 싫어 했던 내가 얼마나 약했는지를. 그날, 커피숍 창가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감정 앞에서 솔직해지기로 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날의 눈물은 계획에 없던 선물 같은 거였다.
완벽하게 통제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해준,
뜻밖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