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걸음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며 설레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뭐 하러 인스타그램을 해요?”
”글을 쓴다고요?”
”시간 낭비하는 것도 색다르게 하네요.”
하고 싶은 대로 하기엔 눈치 보는 삶이 너무도 습관이 되어 있었다. 특히 가까운 관계로 지내는 사람에게 떳떳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난 왜 눈치를 보고 있는 걸까..'
분명 죄를 짓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님에도 이상하다. 사실 퇴사를 결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 인생이었지만 어딘가에 메여 있는 기분이랄까. 10대에 비해 20대가 그리고 30대를 지나갈수록 점점 눈치 보는 것도 심해졌다. 분명 살림살이가 나아지고는 있는데 이상하게 갇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다 그러고 삽니다만?"
"하고 싶은 대로 살면 거지 꼴을 못 면해요. 쯧."
"누구는 마음대로 살고 싶지 않아서 이러는 줄 알아?"
'그냥 설레는 거 하면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을 먹은 게 전부였는데.'
이런 생각의 대가는 혹독했다.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멀어졌으며 무능력한 패잔병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르자 난 더 이상 그들의 화젯거리가 되지 못했고 결국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라는 낙인을 얻게 되었다. 관심에서 멀어진 이때부터가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애초에 큰 관심을 받을 사람도 아니었다. 함께 지냈던 울타리를 벗어나려 할 때 잠시동안만 잡으려 했을 뿐이었다.
관심에서 멀어지자 신기하게 조금은 관심을 받고 싶어졌다. (전형적인 관종인 듯.)
물론 보여주기식으로 "나 잘 먹고 잘 삽니다!" 이런 느낌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별거 아닌 기록이라도 남기며 자유로운 삶을 살아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있음 정도는 보여주고 싶었다.
"굳이 다른 사람의 관심을 얻으려는 것부터 자유로운 삶은 이미 실패 아닌가요?"
인정한다. 살짝 핑계를 대보자면 한 순간에 살던 관성을 버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면 덜 나대는 것처럼 보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기록도 남기고 약간의 관심도 받을 수 있을까?'
그렇게 관심 가는 여러 가지를 들쑤셨다. 해본 적도 없는 영상도 찍어보고, 유튜브도 해보고, 인스타그램에서 활동도 해봤다. 처음에는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포스팅 하나 올리는 게 왜 그리 부끄럽던지. 기껏 올리려고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두고 몇 날 며칠 동안 올릴까 말까 고민했다.
'아니. 그럴 거면 뭐 하러 만들었대?'
딱 한 번이면 됐다.
'그래! 한 번만 눈 딱 감고 올려보자. 설마 큰일이 나겠어?'
그렇게 별거 아닌 포스팅 하나를 벌벌 떨며 올린 기억이 난다. 신중하게 해시태그를 정하고 표지를 만들고 맞춤법 검사도 했다.
"준비는 됐나 제군?"
"네. 이미 일주일 전부터 돼있었습니다."
"Roger that!"
들숨 날숨을 급하게 내쉬며 힘겹게 올렸다. 핵폭발 실험에서 버튼을 누르고 버섯구름이 올라오는 것처럼 환영이 보이더니 뒤늦은 후폭풍이 밀려들기라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안정적으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 평온했다.
'어?'
안도감과 실망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 별거 아닌 행동 하나를 하려고 그렇게 시간을 끌었다니. 그냥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거였는데. 막상 못하게 붙잡고 있던 건 결국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였다.
설레는 걸 하고 싶어 했지만 실상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댔지만 결국 문제는 행동하지 않는 내게 있었고 실행하는 순간 핑계는 눈 녹듯 사라졌다.
'설레고 싶다면 행동하면 되는 거였구나.'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설레고 싶어서 열심히 글을 쓴다. 기왕이면 내년에도 내후년까지도 계속 설렐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