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9

정이와 홍심

by 고성프리맨

돌아가신 창훈이 어머니에겐 홍심이라고 하는 여동생이 있었다. 나이는 5살 차이가 났고 어렸을 때부터 몸이 허약했다고 한다. 홍심은 몸이 자주 아팠지만 눈에는 총기가 있었고 얼굴도 어여쁜 편이라 주변 어른들의 이쁨도 많이 받았다. 부모님은 농사일을 하시느라 자매를 잘 챙겨주기 힘들었고 언제나 홍심을 챙기는 건 언니인 정이의 몫이었다. 어느 날인가 홍심이가 심심해하자 정이는 밖으로 놀러 나갔다. 예전에는 따로 놀이터가 없다 보니 그저 자연을 벗 삼아 여기저기 다니며 놀았다.


”홍심아. 오늘은 숲에 가서 이것저것 과일이나 좀 따서 먹을까?”

”언니. 근데 숲에 뭐가 있는데?”

”음.. 산딸기도 있고 밤나무도 있고 감도 있고 많지. 가볼까?”

”가자. 근데 난 잘 몰라. 언니 잘 알아?”

”난 친구들하고도 자주 가서 놀았어. 언니만 따라와.”


정이의 말대로 산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홍심아. 이건 절대 먹으면 안 돼. 이렇게 화려한 색상의 버섯은 독버섯일 확률이 높아.”

”언니 똑똑하다.”


내심 뿌듯해진 정이는 홍심에게 좀 더 다양한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자매는 좀 더 산속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야!”


홍심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홍심아! 왜 그래? 어디 다쳤어?”

”언니. 나 발 아파. 잘못 걸어서 미끄러졌어.”


홍심의 다리를 살펴보니 종아리에서 피가 난다.


”안 되겠다. 언니가 업어줄게.”


좀 더 어릴 때는 많이 업어줬는데 오랜만에 업으려니 많이 무거워졌다. 하긴 홍심이도 벌써 8살이구나.


”언니. 나 무겁지?”

”아니야. 언니도 지금 산에 오르다 보니 지쳐서 그래. 우리 좀 쉬어야겠다.”


계속 이대로 있을 순 없다. 정이는 주변을 살펴보다 집을 발견했다.


”홍심아. 저기 집이 하나 있는데 우리 거기서 좀 쉬다 가자. 저기까지 언니가 업어줄게.”

”미안해 언니.”


힘겹게 집 앞까지 걸어간 정이와 홍심은 대문 앞에 섰다. 숲 속에 있는 집은 왠지 스산한 느낌이었다.


”언니야. 여기 조금 무섭다 그치?”

”아니야. 숲 속에 있어서 조금 어두워서 그런 것뿐이야.”


용기를 내서 문을 두드렸다.


”누구 계세요?”


몇 번의 두드림 끝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가 있나 봐. 다행이다.”


문이 열리고 여자가 나왔다. 여자는 단정한 쪽진 머리에 옷은 새하얀 한복을 입고 있었다. 곳곳에 붉은색이 살짝 보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냐?”

”아.. 안녕하세요. 혹시 저희 동생이 다쳐서 그런데 조금 쉬었다 갈 수 있을까요?”


업혀 있는 홍심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정이를 살펴본다.


”그래. 동생이 많이 다쳤구나. 동생은 내가 업을 테니 너도 좀 들어와서 쉬거라.”

”감사합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잡초가 무성했다. 창호지도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보수가 필요해 보였다. 여자의 인도로 방앞까지 이동했다. 방안에는 화려한 색상의 알 수 없는 조각들이 있었다. 조각의 눈빛이 무서워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저. 어르신. 혹시 무당이신가요?”

”그래. 난 무당 일을 하고 있단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은지 오래되었어.”


홍심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낯선 풍경이 무서웠나 보다. 그때 무당의 눈빛이 매섭게 바뀌며 홍심을 쳐다봤다.


”이 아이는 특별한 아이구나?”


이상한 낌새에 정이는 본능적으로 홍심에게 다가가 홍심을 안았다.


”무슨 소리세요? 저희는 그냥 평범한 아이일 뿐이에요.”

”그렇겠지. 하지만 그렇지 못하게 될 거 같구나.”

”무서워요. 저희 집에 갈게요.”

”무섭게 할 이유도 그럴 생각도 없단다. 난 그냥 혼자 산속에 사는 무당일 뿐이야.”

”동생한테는 왜 이상한 말을 하셨어요?”


잠시 생각에 빠졌던 무당은 천천히 입을 뗐다.


”무당이 어떻게 되는지 아니?”


정이도 이것저것 어깨너머로 듣거나 배운 것이 있다.


”신내림을 받으면 무당이 되지 않나요?”

”그렇지. 하지만 신내림은 아무나 받을까?”

”관심 없어요. 제 동생이 특별하다고 하신 게 혹시 그런 의미신 거예요?”

”제법 눈치가 있구나. 동생이 혹시 이유 없이 아프거나 자주 다치거나 그러진 않았니?”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다 정이는 입을 다물었다. 홍심은 4살 정도부터 매해 전염병을 앓았다. 어떨 때는 물건이 떨어져서 어딘가를 다치거나 긁히고 오늘처럼 넘어지는 일도 상당히 많았다. 생명이 위독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주 다치거나 아팠던 건 사실이다. 홍심에 비해 정이는 거의 아픈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타고난 체질에 따라 받아들여야 하는 팔자라고 하실 뿐이었다. 하지만 허약한 홍심을 보며 늘 표정이 어두우셨다.


”네 동생은 신내림을 받아야 제 명을 살 수 있는 아이란다. 아직까진 가벼운 상처나 병에서 그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질 게다. 동생이 아닌 가족이 다치거나 아파질 수도 있을 테고.”


무당 아주머니는 말을 이어가다 생각에 빠졌다. 왠지 모를 괴로움이 느껴졌다.


”저 아주머님. 혹시 제 동생이 신내림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도 있나요?”

”확실한 건 없어. 하지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도 있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