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10

무당 월선

by 고성프리맨

처음 느꼈던 무서움은 어느새 사라졌다. 정이는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았지만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무당 아주머니의 이름은 월선이라고 한다. 무너져 가는 듯한 집의 흉물스러운 느낌과 다르게 월선 아주머니만 따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슬퍼 보이기도 하고 단호해 보이는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었다.


”얘들아. 이제 조금 있으면 해가 저물 거란다. 여기는 특히 숲 속이라 해가 빨리 저무니 내가 데려다 주마.”

”저희 길 아는데 힘들게 그러지 않으셔도 되어요.”

”아니다. 사실 나도 동네 구경 가본 지도 오래되었고 홍심이가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운명이라는 걸 안이상 집터도 좀 보고 싶단다.”

”감사해요. 월선 아주머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월선은 자매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건넨다.


”신내림을 받을 홍심이는 안전할 게다. 대신 앞으로는 주변 사람이 다치거나 아플 수도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드는구나.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진 신인지 지금으로서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켜보자. 정이는 부모님께 너무 자세히 얘기드리지는 말고 홍이의 상태를 잘 지켜봐 주렴.”

”네 명심할게요. 신내림과 관련이 있다고 하니까 괜스레 더 무서워지긴 해요.”

”그럴 거다. 하지만 보통 신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그리고 고민되는 게 있으면 날 꼭 찾아오렴.”


집으로 오는 내내 정이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홍심을 바라본다. 홍심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월선 아주머니 댁에서부터 내내 말이 없다.


”조심히들 가렴.”

”네 아주머니도요. 감사합니다.”


월선은 집을 유심히 살펴보고 한 바퀴 둘러본다. 집에 도착한 자매는 안도감이 들었다.


”홍심아. 오늘 월선 아주머니에게 들은 말이 난 믿기지 않아.”

”언니..”

”응? 왜 어디 아파?”

”아니. 월선 아주머니 말이 맞는 거 같아서.”


홍심은 결심한 듯 이야기를 꺼냈다.


”그동안은 그냥 꿈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사람이 신이 아닌가 싶어. 요즘은 자주 찾아오거든.”

”왜 말 안 했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나 무당 해야 하는 거야?”

”아니야. 절대 그럴 일 없어.”

”나 첨에는 너무 무서웠는데 지금은 목소리가 들려도 그러려니 해. 여전히 무섭지만 괜찮아지는 기분도 들어.”


홍심의 말에 정이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홍심아.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오늘 내가 엄마한테 얘기해 볼게. 그리고 월선 아주머니를 한 번 다시 만나서 방법을 물어볼게. 언니가 꼭 지켜줄게.”

”고마워 언니. 근데 나. 가족이 다치는 거 싫은데. 차라리 내가 다치는 게 좋아.”

”아니야. 그깟 신 쫓아내면 그만이지.”




”승호 군 잠시만 미안한데 전화 좀 받을게요.”

”네. 저도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머릿속으로 지금까지 들은 얘기를 정리해 봤다. 창훈이에게 생긴 일은 어머니 쪽의 영향을 받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마냥 믿기도 안 믿기도 어렵다.


’고작 신학대생인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학교 수업만으로는 뭔가 도움이 될 수 없을 거 같다.


’하지만 알게 된 이상 어떻게든 창훈이에게 힘이 되면 좋겠어.’


생각을 할수록 머리만 아파져 일단 찬물로 세수를 했다. 최대한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이야기에 집중하자. 자리로 돌아가면서 창훈 아버지를 봤다. 통화는 끝나셨는지 생각에 빠져 보이신다.


”아.. 잠깐 생각 좀 하느라. 오늘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서 정신이 없죠?”

”괜찮습니다. 저도 창훈이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제 능력 밖의 일이라 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겠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뭐가 달라질 수 있는 건지. 하지만 승호군 전화를 받고 일단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었다네. 가족일에 끌어들여서 미안해요.”

”부담 안 가지셔도 됩니다. 그냥 마음속에 알고 담아두셨던 얘기 털어놓는다 생각하시고 편하게 얘기해 주세요.”

”고맙네.”

”아버님. 혹시 홍심이라는 분은 살아 계신가요?”

”홍심.. 난 사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다네. 그저 아내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뿐이야. 홍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아내도 괴로워했다네. 큰 아이가 죽고 나서부터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마다 자신의 죄라며 울기도 참 많이 울었었지.”

”죄송합니다. 괜한 질문을 해서.”

”괜찮네. 자네도 궁금한 게 분명 있을 텐데 듣다가 설명이 필요하면 물어보시게.”

”네 아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