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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날들 Mar 06. 2024

프롤로그

마음에 드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의 이야기




여행 코드 맞는 사람이 있다면 행운이다.

전 남편은 집안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 종일이라도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차 마시고 서성거리다가 다시 침대에 누워 태블릿으로 노는 사람이었다.

그와 여행 가려면 며칠 전부터 아양을 떨곤 했다. 혼자는 가기 무섭고, 동성 친구들이랑 여행 갔다 돌아오면 남편이 삐쳐 있으니, 내 몸이 알아서 그의 기분을 살피고 맞추고 해서 여행 가기 위한 예열을 했던 것.


싸돌아다녀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아내의 성향을 알았지만, 그 사람은 내향형이었고, 아내가 몸이 약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서 집에서 쉬라고 내 손을 잡아끌곤 했다.


하지만 극외향형인 나는 종일 집에 있다 보면 어느새 몸이 천근만근인 느낌이 들었고, 스트레스로 올라왔다. 그와 나누는 대화가 싫어서는 아니었고, 대화를 하더라도 공원에 나가서 하기를 바랐을 뿐이다.


(아래는 들판형과 동굴형인 우리 커플의 상극 여행기이다.)


https://brunch.co.kr/@changada/125


그와 헤어져 싱글이 되자 그에게 복수하듯 여행을 다녔다. 멀고 가까운 곳 따지지 않았다.

문득, 불현듯, 느닷없이, 돌연 짐을 쌌다.

나중에는 짐 싸는 것이 귀찮아서 고정 물건들을 캐리어에 넣어두고 반짝 들고 집을 나섰다.

미리 숙소를 예약하고 떠난 적은 거의 없었다. 카페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기분대로 예약했다.


본업이던 공부방에 학생이 많아지면서 여행 떠날 수 있는 날이 점점 줄어들었다.

토요일까지 일하면 지치기 일쑤였다. 주말, 저녁 때나 돼서 숙박하긴 아까우니 바다라도 보자고 가던 곳이 제부도였다.

나중에 더 깨끗하고 조용하다는 영흥도를 소개받고 제부도를 뜸하게 갔지만, 이혼 후 2년 동안 제부도는 나의 최애 장소였다.


해 질 녘 제부도. 뭍과 연결된 길이 끊어지면 다음 간조를 기다려야 하는 낭만적인 제부도.


다른 약속이 없토요일, 업이 끝나 제부도를 향해 달렸다. 

우리 집의 서쪽 있는 데다 일몰을 보겠다고 나선 길, 눈이 부시도록 이글거리 태양 탓하며 툴툴거린 나란 사람은 도대체 뭐냐.

 여름을 생각하면 혼자서도 킥킥 웃음이 나온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 제부도로 갈 일도 많았다. 주말인데 외로워서, 그림책 출간 기념으로, 먼 데서 놀러 온 친구를 데리고, 그냥 저녁놀 보러, 친한 동생네 가족이랑 해수욕하러 등등.


제부도를 오가는 길에 새로 생긴 카페가 있어 들어갔다가 쥔장과 친구가 되기도 했다. 그 이후엔 제부도 대신 그 카페 목적지로 바뀌기도 했다.


사람이 궁금하여 이야기를 건네고 싶은 나는 여행지마다 꼭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려고 시도하곤 했다.

강화게스트하우스에 혼자 간 초봄(이맘때), 대표와 이야기 나누다 보니 그녀는 글벗 모임이 간절하다고 했다. 그녀를 우리 합평 글모임 대하였고, 그녀는 열성적인 참가자로 함께하고 있다.

   

낯선 장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내 머리에 상상치 못한 세계를 선물하는 일이다.

지금의 나는 그 과정이 쌓여 만들어진 퀼트 조각보이다. 아마도 그런 자극과 경험은 내 다리가 허락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여수 향일암. 전 남편과 싸우며 올라가서 싸우며 내려왔다 이튿날 일출 보며 화해한 그 향일암.


낯선 공간,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브런치북 <지금이 젤로 젊다 GOGO>를 기획한 것은 필연이다.(스스로 기특함ㅎㅎ)


문제는 제목인데...

처음 <낯설다 GO? 새롭잖아> 완료를 누른 바람에 떡하니 발행이 돼 버렸고, 아주 짧은 순간 몇 작가님이 라이킷을 눌러 주셨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이 마음에 안 드는 거다. 이렇게 고쳤다가, 다른 게 생각나고, 그걸로 안 바꾸면 엄청 후회할 것 같으니 또 바꾸고.(처음부터 잘하지, 하고 갸웃거리실 분들 계실 테지만, 첫 제목 이전에 몇 날 며칠 숙고하고도 그랬답니다.)


제목에 '젊음'이란 문구를 넣은 이유는 이렇다.

우리 나이에 사진 찍기 싫다고 하는 이들이 많잖은가. 그럴 때 나는 이런 주문을 건다.

"우리, 지금이 젤로 젊. 환하게 자신 있게 씩~ 찰칵."


브런치북 회차와 목차는 미정이다. 

일단 떠나고 보자.(브런치북 연재의 재미에 빠져서 새 브런치북 만들기를 멈출 순 없다.)

인생 자체도 무계획으로 살아온 나인데 뭘. 꼼꼼하고 계획적인 인간인 포장해 여기저기 구멍도 보이고 티가  날 것이다.


낯선 장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선한 영향을 받았으니, 그 운과 복을 믿고, <지금이 젤로 젊다 GOGO> 출바알~~~!

그런데 프롤로그가 이렇게 길면 좀 웃기지 않나... (우리 독자님들 양해해 주시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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