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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niday Aug 25. 2024

돈과 일이 붙는 사주

27-32주 차 | 일은 썰물같이 나갔다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일복이 많네요. 올해는 일만 해야 해요."
"연애는 할 수 있나요?"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일복이 터진 사주


연초에 신점을 일생에 처음 보러 갔을 때 일이 붙는 사주라 했다. 남편보다 잘 벌어서 결혼 후 내가 금전적인 대부분을 캐리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올해는 연애하지 말고 하려는 것을 최대한 많이 해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지만 나이 서른 초반, 연애를 안 할 수는 없었기에 (합법적으로 연애할 기회가 몇 번 안남음) 연애와 더불어 일도 잡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일복이 터질 일인가.


7월 말부터 8월 2번째 주까지는 집에 있었는데 일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미장도 엄청 안 좋아서 와다다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됐다)

마치 뒤에서 누가 양몰이라도 하듯 늑대피해 돈과 일거리가 와다다 도망치는 형국이었다.

자잘한 광고주들이 정리가 되었고, 이전 글에서 언급한 엎어진 일들 뿐만 아니라 매달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던 꽤 큰 광고주도 정리되었다.

이제 나에게는 오전에 고정으로 하는 하프타임 정규직만 남았다.

10월에 치앙마이를 갈까 계획을 했다.

오히려 웹플로우 강의를 듣거나, 작곡을 배우는데 더 집중할 '나의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일은 나를 가만두지 않고 또 밀려나갈 때보다 더 빠르게 몰려들어왔다.



― 시니어 B2B마케터인 내가 일을 수주한 방법


1. 대행사 이기고 비딩 따내기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00님 요즘 일 받으실 수 있으신가요? 00 비딩건이 있는데 미팅 한번 잡아보면 어떠세요?"

꽤 큰 건으로 보여서 오케이 했다. 나중에 보니 대행사도 같이 비딩을 하고 있었다지 뭔가? 이제 일도 많이 없겠다 이건 따내야지 하면서 노션으로 이것저것 준비해서 들어갔다.


그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대행사를 제쳤다고, 계약을 나와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계약서는 현재 수정을 거쳐 최종 컨펌 대기 중이다.


성공의 주요 요인은 'B2B 업종을 경험해 본 레퍼런스가 많아서'였다.

요즘 대행사가 우후죽순 생겨나다 보니 생각보다 전문성 있는 대행사는 많이 없고, 메이저 대행사는 작은 광고금액의 광고주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노리면 승산이 있는 편이었다.

특히 7년 동안 B2B 만 집중적으로 담당해서 전문성을 쌓아온 나는 특히 수요가 높은 포지션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 들어 한 우물을 꾸준히 파는 것은 어떤 것에서든 필요함을 여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언제까지 수요가 많을지는 모르지만 현재 채용플랫폼에서 필요한 마케터의 비중이 B2B 마케터가 가장 높다는 것나름 프리랜서 B2B 마케터에게는 희소식 아닐까.


소문은 정말 빠르다




2. 플랫폼 적극 이용하기 & 사전준비 철저히


4개의 광고주가 킥오프 미팅이 잡혔다. 보통 킥오프 미팅은 나와 함께 일하는 금액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성공률이 50% 정도였는데, 킥오프가 2주 동안 하루 걸러 하루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나는 그 자료들을 모두 노션으로 준비해서 들어갔다.

평소에는 포폴 하나 들고 들어가는데 이번에 일이 많이 나가서 신경을 좀 써서 들어갔다.

그랬더니 결과가 4개가 모두 붙어버렸다.


이번 건은 준비성을 높이면 모든 것이 수주될 수 있는 포폴을 내가 가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생각보다 가격적인 부분 때문에 금액을 낮추려는 경향이 많았어서 시간을 교환해서 일하는 프리랜서 외주 업무는 올해 이후로는 차츰 줄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3. 대행사 대표님께 은혜 입히기 대 작전


어느 날 대행사 대표님이 연락이 왔다.

" 풀이 있으신가요? 지금 일을 서포트해주실 분이 필요한데, 프리랜서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00님 생각이 났어요. 지금 났는지 모르겠어요."


음. 이럴 수가 이렇게까지 일이 몰릴 일인가.

대표님과는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아직 이 때는 모든 광고주가 다 붙지는 않았던 때였다. 결과가 하나 둘 나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참이었는데 대표님은 사람이 당장 필요했고 나는 OK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일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하나를 더 받았다.



4. 노션과 함께라면 다 할 수 있어


노션 정기권 구매를 했다. 여태껏 안 하려고 애를 썼었는데 5MB 무료 용량은 너무 적어서 사진 몇 개 첨부하면 공간 부족을 호소했다.

그래서 아 이김에 그냥 OTT 구독 취소한 김에 노션 구독하자 눈 딱 감고 질러버렸다.

이것도 일이 없을 때 지른 거였는데, 몇천 원 밖에 안 하는걸 엄청 크게 지른 것처럼 글을 써서 이상하게 느껴지더라도 봐주시기를.
사소해 보여도 매달 몇 천 원 씩 정기결제되는 건들이 많아지면 눈덩이 불어나듯 고정비가 늘어나게 되니까.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돈을 나에게 쓸 건들이 많아지면서 느끼게 됐다.


그동안 살면서 필요한 것의 구매를 미뤘을 때 기회비용이 줄어듬을 느꼈던 것도 구매결정에 한몫했다.

나는 돈이 최고로 부족했을 때 퇴사 후 프리랜서를 했던 것처럼, 아직 쓸만한 노트북이었지만 부족한 사양의 노트북을 팔아버리고 새 노트북을 장만했던 것처럼 노션을 질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현재 복잡한 업무 관리도, 킥오프 미팅 모두 수주한 것도 다 노션을 이용해서 하고있다.

올해의 Best 소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노션 활용 예시]



이렇게 글을 못 올리는 수많은 기간동안 조금 많은 일이 있었노라고 생존신고를 해본다.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든 프리랜서 분들, 그리고 그중 특히 일 잘하는 퍼포먼스 마케터 분이 계시다면 비밀 댓글로 연락 주시기를. 최근에는 같이 협업할 수 있는 집단이 생기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게 나에게 이득이 되었던 적은 그동안 많지 않았다.

프리랜서가 되기로 결정했던 이유에는 회사와 내가 가려는 방향성이 다르다는 것도 있었지만 나 혼자 하는 게 더 효율이 좋았다는 것도 한몫했다.
대행사를 만들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만약 나와 서로 기브 앤 테이크하면서 좋은 인사이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혼자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를 꿈꾸면서 소중한 사람과 웃기 위해 달리는 7년 차 마케터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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