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영감사전 25 - (24) 공력
"윤여정이 폴 포지션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 2021년 오스카 시상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LA 현지시간으로는 4월 25일 (한국 시간으로는 4월 26일 오전)에 개최됩니다.
2.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서 한국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여우조연상 부문입니다. 미국 배우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의 수상이 유력합니다.
3. NYT가 유력한 경쟁자로 짚은 배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힐빌리의 노래'에서 열연을 펼친 글렌 클로즈입니다. 공교롭게도 윤여정과 같은 1947년생, 만 74세의 관록 있는 배우입니다.
4. 글렌 클로즈의 후보 지명은 처음이 아닙니다. 1987년 <위험한 정사> 등 여우주연상 후보로 네 차례, 여우조연상 후보로 세 차례 지명되었으나 모두 고배를 마신 바 있습니다. 이번에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놓치게 되면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피터 오툴과 함께 오스카 후보 지명 후 무관에 그친 사례 동률이 됩니다 (8회).
5. 윤여정의 첫 전성기는 20대였습니다. 영화 <충녀>를 통해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등을 휩씁니다. 글렌 클로즈는 이보다 조금 늦은 30대에 3년 연속으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데 이어 (1983-1985년), 40대에도 2년 연속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는 등 (1988-1989) 최고의 시기를 보냅니다.
6. 두 사람 모두 누가 수상하든 이견을 달기 어려울 정도로 오스카에 걸맞은 배우들입니다. 그보다 20-30대 젊은 시절의 전성기를 맞은 후 수십 년이 흐르고 난 뒤까지 자신의 영역에서 멋진 귀감이 되고 있는 모습에 눈이 갑니다.
7. 1970-80년대 당시 절정을 달리던 두 배우는 그때로부터 아주 먼 미래였을 2020년대에 다시 이렇게 빛나는 자리를 맞게 되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요? 40-50년 후를 바라보고 연기를 한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8. 살다 보면 매일 충실히 쌓아온 공력이 어느 순간 빛을 발할 때가 있습니다. 이미 전성기가 지났다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고, 전성기가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고 힘겨워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두 명배우가 삶으로 보여줍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참 오묘하게 빚어져 있습니다.
* 사진 출처: A24, via Associated Press /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