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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올렛 Jul 27. 2022

이틀째 출근 풍경

가는 날이 장날, 복직과 함께 시작된 여름방학


첫 날을 마무리하고 이불에 누웠다. 다리는 퉁퉁 붓고 머릿속엔 온통 회사 생각뿐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긴장을 풀고 잠을 자고 싶은데 잠이 들지 않는다. 늦게야 잠에 들었고 둘째 날 아침은 알람과 함께 시작한다. 새벽 6시. 희한하게 휴직 중일 때는 설핏 잠이 깨면 벌떡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복직을 하니 잠이 깨어도 조금 더 눈을 감고 싶어 진다.


일어나자마자 밥을 한다. 남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돌봄 교실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을 싼다. 그를 위해 미리 장을 봐 두고, 빠르고 쉽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고민해둔다. 동시에 아침상을 차린다. 아이들은 요즘 나란히 누워서 한참 동안 담소를 나누고 잠들기 때문에 아침엔 늦잠을 잔다. 그전에 나의 출근 준비(대부분 외모 관리)와 아침 밥상 차리기, 도시락 싸기를 한다. 그렇게 아침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둘째가 자고 일어나서 기분이 안 좋다고 한다. 잘 자고 일어나서 먹구름이 낀 얼굴을 하고 있는 둘째를 보니 덜컥 마음이 내려앉는다. 내 마음이 이토록 요동치기 때문에 아이에게도 전달이 된 걸까? 내가 직장에 적응하느라 혼이 쏙 빠진 게 아이에게 전가된 건 아닐까? 잠옷 바람에 나에게 와서 안기는 아이를 꼭 안아준다. 한참을 안아주고, 집을 나서야 할 시간보다 늦어졌다.


시동을 걸고 출발해보니 집에서 1~2분 지체한 것이, 출근길 도로에서는 10~20분 늦어지는 결과를 몰고 온다. 겨우 이틀째인데 지각은 안 해야 할 텐데. 사무실에서의 하루는 정말 짧다. 내가 보는 얼굴은 그동안 거울 속의 내 얼굴 한 두 번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제는 1분 안에도 수없이 많은 얼굴을 본다. 물 마시러 정수기까지 갈 때, 화장실에 오갈 때마다 여러 명과 목례를 하고 또 누군가와는 스몰 토크를 나눈다.


사람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하루의 대부분을 너무나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며 살아가다 보니 에너지가 빨리 닳는다. 중간에 충전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지라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시작했지만 마칠 때 보니 그런 시간은 가지지 못했다. 내가 엄마이면서, 꼭 '엄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날이었다.




일부러 어딘가에 취재하러 가기도 하는 것이 작가의 몫이다. 나는  쓰는 사람이 되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직장인'이라는 직업을 이제는 다르게 보기로 마음먹었다. 미혼부터 기혼 시절에 이르기까지 나는 인생의  변화를 회사와 함께 했다. 회사라는 세계, 그리고  쓰며 사는 사람이라는 세계, 이렇게 둘을 가지게 되었다.   사이의 괴리감 너무나 크다. 현실에서의 나는 쑥스러움이 많다. 하지만 글을  때의 나는 그런 쑥스러움을 가진 내가 좋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


쑥스럽고 부끄러운 것이 많으니 속으로 얼굴 붉힐 일도 많고, 어떤  무시당하는  아닐까 노심초사도 해보고, 내가 반대로 남에게 너무  대한  아닐까 곱씹어 보기도 한다. 글쓰기 전의 인생에서는 그런  성격이 무척이나  마땅했지만 이젠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하루 동안 있었던 온갖 감정 발자국을 이렇게 밤이 되어 찬찬히 살피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성실하고 정직한 발걸음을 짚었는지 새겨볼  있다. 내향적인 사람의 능동적인 몸놀림에 나는 경탄을 느낀다. 고생했다. 수고했어.


또한 내가 이토록 애쓰고  쓰며 살아가는 것처럼, 아마 퇴근   시간 하루를 함께 보낸 우리 팀원들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을 다독이고 있겠구나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높이 솟아있던 긴장감도 내려앉는 느낌이다. 다만 퇴근 후에도 의미와 보람을 찾아보겠다고 너무 많은 회사 이야기에 사로 잡히지 않길 바란다.  그런 것이  구분되지 않는다. ! 6 1분부터는 이제 개인적인 일만 생각할래라고 다짐해봤자  되진 않는다.


대신 회사 밖에서 가질  있는  보물창고 같은 마음 공간을  만들어두려고 한다. 그것마저 없으면 내일 아침에 눈을 떠서 다시 밥솥에 밥을 안치며 맞이하는 하루가 너무 무거울  같다. 돌봄 선생님을 오늘 처음 뵀다. 아이들이  적응하냐고 묻자, '환상의 남매'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이들은 늘 나보다 낫다. 잠들기  하루의 피로를 수다로 푸는 남매에게 가서 엄마도 이제 잔다고 이야기해야겠다.


저녁 식탁에서 아들이 그런다.

"엄마는 회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책 쓰는 거에만 관심이 많잖아."


엄마가 그래 보이냐고 묻고는 말을 마쳤는데, 내심 뜨끔했다. 늘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아들.

출근 첫 날도 그랬다.

"엄마, 회사 가는 게 부끄러워요?"


내가 하는 말, 짓는 표정을 보면서 아이는 삶을 수집한다.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뜨끔뜨끔한 질문과 아들의 관찰 언어를 뒤로하며 계속 경로를 찾아간다. 그게 요즘 내가 하는 주요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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