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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올렛 Oct 30. 2022

'워킹맘'이 시간을 쪼개 글을 쓰는 이유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워킹맘 생존 노트'


"내가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런 생각이 왕왕 든다. 엄마와 떨어져 사는 아이들,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언론에서 접할 때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리고 나는 두 아이를 낳았으니 그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는 책임 있게 보살피고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이 더 깊어져서 이런 가정을 할 때도 있다.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에 화재가 난 상황에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면 나는 목숨을 걸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만큼 '엄마'가 된다는 것은 내 모든 것을 아이에게 바쳐도 아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겐 그렇다.


도대체 '좋은 엄마'란 무엇인지 참 궁금했는데 큰 아이가 9살, 작은 아이가 8살쯤 되다 보니 임신기간까지 합쳐서 근 10년을 엄마로 살아오며 이제야 나만의 '엄마 철학'을 갖춘 느낌이다. 세상에 좋은 엄마는 없다. '그냥 엄마'만 있을 뿐이다. 그냥 편안한 엄마, 그냥 행복한 엄마, 그냥 자연스러운 엄마이면 충분하다. 애를 쓸 필요도 없고, 무리할 필요도 없다. 그걸 10년이 걸려서 깨달았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까지 알뜰하게 챙겨서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아이 둘을 낳고 기르는 동안 받을  있는 육아지원을 받으며 경력을 이어올  있었다. 덕분에 우리 가정은  어려움 없이 아이들의 성장에 전심전력을 쏟을  있었다. 형식적으로는 감사한 일이었지만, 그런 훌륭한 육아제도 밖에서 엄마 본인이 챙겨야  영혼의 안식처가 필요했다. 내겐 '글쓰기'  역할을 했다.




소심한 성격, 남 앞에 서면 두근거리는 심장, 겁이 많은 기질을 가진 엄마지만 무려 17년이나 한 직장에서 생존 중이고, 연년생 남매를 키우며 치매를 앓고 계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결혼생활 중, 하늘로 솟아버리거나 땅으로 꺼져버리고 싶었던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하나씩 힘겹게 고비를 넘겼고, 그러면서 배우고 깨우치는 게 늘어났다. 그리고 조금의 여유를 가지며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서 감동을 받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 역시 성장을 멈춘 것이 아니라는 소중한 사실을 깨우치기도 했다. 그런 순간을 잘 포착했다가 꾸준히 글로 쓰고 있다.


연년생 남매의 초등학교 입학 즈음에 육아휴직을 했고, 복직한 지 딱 3개월이 되었다. 내일모레면 복직 100일 차를 맞는다. 업무수첩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해놓았더니 후배가 알아보고 미리 축하를 해줬다. 휴직과 복직, 수시로 불거져 오르는 퇴사의 욕구와 그래도 남아서 명예퇴직까지는 버텨야 한다는 생존 본능 사이에서 오늘도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간다.


그래도 엄마에겐 꿈이 있다. 작법서를 읽기 시작했다. 글을 더 잘 쓰고 싶고, 평생 쓰고 싶다. 아직은 쓰면서 개운함과 만족감을 느끼는 데에 더 집중하고 있지만, 계속 공부하고 연습해서, 나의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에 개운함과 만족감을 선사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글을 통해 마음을 열고 손을 맞잡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큰 꿈이지만, 잘게 조각내어 최대한 꾸준히 글을 쓰는 것으로써 그 꿈에 다가가는 길을 택하여 사는 중이다.


그러니 시간 없고, 정신없는 워킹맘의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채워나간다고 표현할 순 없다. 돈벌이와 영혼의 털림 사이에서도 중심을 잡아가며 직장 동료들의 언행에서 나를 발견하고, 회사의 제도가 변화되는 것을 보며 세상을 읽고, 그런 과정을 관찰하고 반응하며 행동하는 나를 탐구하면서, 능동적이고 진취적으로 영롱하게 산다. 그리고 그것을 최대한 놓치지 않고 기록한다. 그것이 나의 생존 비법이고, 워킹맘이라는 정체성에 만족하지 않고 '나'를 잃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때로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그 길을 최고로 지지하는 사람은 나의 두 아이이다. 나를 진정한 어미로,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아이들이 있기에 미혼 때라면 쉽게 포기해버렸을 법한 일도 이제는 잘 참고 극복하면서 의미와 보람도 찾아가며 살 줄 알게 되었다. 아이들도 언젠간 부모가 될 것이다. 나의 이 소소한 기록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내리거나, 혹은 무너진 자존감을 제대로 챙겨야 할 때 꽤 쓸모 있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그들의 순수함과 솔직함, 푸르른 생명력과 맑은 회복력이 나의 글에 그대로 묻어나길 바란다.


또한 함께 아이를 키우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이 땅의 워킹맘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길 바란다. 하는 일마다 썩 잘 해내는 슈퍼우먼 에피소드로 채워진 게 아니라, 솔직하게 가감 없이 적되 조금 새로운 시선으로 육아와 직장생활, 자아탐색에 몰두하고 있는 한 명의 엄마가 있고, 그녀의 속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다른 이들에게 그럭저럭 참고할만한 삶이길 바란다.


이야기는 엄마의 복직에 대처하는 아이들의 자세를 시작으로, 복직 3개월 차에 찾아온 어려움을 극복하고 퇴사를 번복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바로 엊그제까지 있었던 따끈따끈한 사실이 글에 모두 담겼다. 지금껏 쓴 글은 뒤로하고, 앞으로는 약 3년, 1000일가량 엄마의 꿈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현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희망은 가슴속에 단단히 품고, 오늘도 워킹맘은 생존과 꿈 찾기, 이렇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씩씩한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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