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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낫배드파더 Apr 18. 2022

‘아빠’들은 다 그런가요?(1)

어느 날 다가온 '워킹맘' 선배의 질문

“안 보이는 거야? 아니면 안 보는 거야?


‘워킹맘’인 A선배와 얘기하던 중 들은 질문. 육아 전선에서 한 발을 빼고 있는 아빠들을 향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수없이 많은 엄마들의 원한이 서린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을 듣는 순간, 명치가 아려왔다. 급소를 정통으로 맞은 기분이었다. A선배는 ‘진심으로’ 궁금하다고 했다. 아빠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를테면 이렇다. 딸아이가 학교를 다녀온 뒤 아무 말 없이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저녁을 먹고는 다시 방에 들어간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흐른다. 굳게 닫힌 딸아이의 방문에 건드리지 마시오. 하지만 동시에 위로해줬으면 좋겠소.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방식으로.’라는 암호문이 적혀 있다는 걸 엄마는 눈치챈다. 엄마는 이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풀까 고민에 빠진다.


엄마가 아빠에게 묻는다. “얘가 학교 갔다 온 후에 어땠어?”

그럼 아빠는 대답한다. “방에 들어가 있던데?”

엄마 “...”


이 엄마는 아빠에게 더 이상 말을 걸고 싶지 않아 진다. 아빠는 눈치 없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이따금씩 웃음을 터뜨린다. 히죽거리며 웃는 입술을 터뜨리고 싶어 진다. 엄마는 속으로 생각한다. ‘저 인간은 도대체 하는 게 뭐야.


대부분의 아빠는 이 일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속으로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라고 여길 테니까.(필자를 포함해서) 아빠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에게 철저하게 실망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대다수의 아빠들은 아침에 거울을 보며 면도할 때 속으로 ‘아직 봐줄 만 한데?’라고 착각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필자는 이 정도는 아니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문제를 ‘직면’해서 풀어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고 오답노트를 정리해본 경험이, 아빠들에게는 없다. 시험지를 받아서 문제를 풀면서 자신의 현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예습과 복습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건 내 시험과목이 아니에요. 그건 선택 과목이잖아요’라고 해버리면 답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렇다면 아빠들은 왜 육아를 선택 과목으로 여기고 직접 풀어볼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다소 거칠지만 단순하게 요약하면 ‘엄마가 이미 잘하고 있는데’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육아에 적극성을 띤 남성이라고 해도 자기 역할을 ‘보조자’에 국한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정도면 일하면서 하는 것치고는 많이 도와주는 거지.


육아는 ‘돕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은 이미 보편적이다. 이는 물론 이론으로서만 그렇다. 대부분의 현실에서 엄마들은 아빠의 이해할 수 없는 소극적 태도에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말다툼을 하다 보면 “나도 노력하고 있어.” “일하면서 이 정도 하면 됐지. 뭘 더 바래.” 같은 실망스러운 답이 돌아온다. 착한 엄마들은 고민에 빠진다. ‘내가 무리한 욕심을 내는 건가.’ ‘남편 말대로 이 정도면 괜찮은 건가.’ 어떤 엄마들은 일감치 포기한다. ‘애들 다 크면 두고 보자.


모든 아빠를 대표할 수 없겠지만, 스스로의 역할에 한계를 뒀던 아빠로서 답답해하는 엄마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 “정말 미안합니다. 저도 제가 그렇게 못난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이후 쓰려는 건 일종의 참회록이기도 하다. 나는 아내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 머릿속에 이미 ‘육아는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좋은 아빠가 될 것이고,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말이다. 그게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요즘은 육아에 적극성을 띤 아빠도 많이 있다. 엄마보다 오히려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아빠도 간혹 있다. 이 글은 이 같은 ‘옆집 아빠 누구누구’를 제외한 나머지 아빠들을 전제했다. 이 글의 취지와 모순되는 얘기지만 ‘옆집 아빠’들아, 다 같이 좀 살자. 적당히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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