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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의 뜰 Nov 08. 2022

담쟁이처럼

 

며칠 전 아버지가 길을 잃었다.  

새벽 5시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에 모셔다 드렸는데, 발인을 마치고 어쩌다 헤매게 되었는지 자신도 모르신단다.

그저 하염없이 걷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공원 인지도 모를 곳에서 혼자 덩그러니 있었다고 한다.

가족에게 전화를 걸 생각조차 못하셨단다. 

다행히 지나가던 젊은 분이 헤매는 아버지를 발견하곤 흑석역까지 모셔다 주셔서 무사히 집으로 오셨다.


도움 주신 그분에게 표현할 수 없는 감사와,

아버지를 잃어버렸으면 어쩔뻔했는지, 상상할 수 없는 두려움이 나를 애워샀다.


살아가는 일이 다 벽 같다 

하루하루 닥쳐오는 온갖 벽으로 좌절하고 절망한다.

그리고 애써 넘고 또 넘는다.   


오랜만에 존경하는 선배님과 소무의도 둘레길을 걷다가 담쟁이를 만났다.  


연두였다가 

초록이었다가

이젠 붉게 물들며 타오르고 있었다


작은 한 잎 한 잎들이 모여서 

거대한 담을 기어오를 때까지 

어떤 사연 , 어떤 고통을 견뎌왔을까.

하나하나가 서로 손을 맞잡고  

벽을 오르는 담쟁이.  


절망의 벽을, 보이지 않는 암담한 미래를

저 붉은 잎으로 모두 덮고 있는 담쟁이처럼  


내가 넘어서야 할 벽은 무엇일까.

내가 넘어서야 할 두려움은 무엇일까.

내가 손을 잡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끊어지지 않는  저 단단한 인연은 있는가.

그리고

지금 당신 곁에서 도움을 주고 함께 '벽을 올라가는 담쟁이'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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