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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연우의 뜰
Jul 16. 2023
신이 도와주고 싶을 만큼
"현경아, 아버지가 이상해. 못 움직이셔. 엄마 너무 무서워"
금요일 저녁
,
평창에서
걸려온
엄마의 전화였다.
퇴근하자마자 퍼붓는 빗속에 영동고속도로를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려 평창으로 향했다.
원도브러시를
최대속도로 작동했지만
자꾸
눈앞이 흐렸다.
눈물이었을까.
새말 IC
를
나와 안흥
,
방림
,
그리고
주진리까지 몇 개의 고개를
구불구불
넘었다.
'아, 정말 다행이다. 무사히 잘 왔으니 이제 산 700미터만
올라가
면 된다' 하며 차로 산속을
올라가는 데, 갑자기 거무스름한 것이 앞을 가로막았다. 아름드리 큰 소나무가 폭우에 쓰러져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게 아닌가.
폭우는 더 거세게
쏟아졌고, 바로 옆 개울물은 넘치기 직전이었다. 핸드폰조차 수신 송신이 잡히지 않아 119에 구조요청도 할 수 없었다
.
이 무성하고 가파른 오르막길에 꼼짝없이 갇혔다.
어떡해야 하
나 경황이 없던 순간도 잠시, 나는
바로
결정했다.
먼저
차를
떠내려가지 않을 곳으로
안전하게
주차를 했다.
그리고
핸드폰
조명 하나에 의지한 채 맨몸으로 쓰러진 소나무를 타고 넘었다.
부모님 계시는 오두막까지
처벅 처벅
홀로 산속을
걸어
올라갔다.
지금 생각해도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퍼붓는 빗물도,
범람할 듯 말 듯
천둥 같은 개울물 소리도,
산 중턱에 있는 산소와 납골당
도 하나 무섭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도착할 때까지 아버지가 무사하시길,
그
마음만 있었다.
15분 정도
올라갔을까, 드디어 깜빡이는 빨간 불빛이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아버지를 모시고 왔다.
아버지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렸다는 게 얼마나 두려웠으면
몸이
이지경이 되도록
경직되었을까.
설상가상! 진퇴양난! 누구에게나 이런 최악의 순간이 온다. 도저히 내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이 어려운 시기는 어떻게 버텨내야 할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말들이 있다
.
'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
'
끝까지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
.'
솔직히
나는 이런 독기도 없고, 인내와 끈기도 부족하다.
다만 세상 모든 신들이 최대한 손을 뻗어 나를 잡아주고 싶을
만큼 진심으로 원하는 것만 생각했다.
'
아버지가 무사하기를. 엄마가 나를 보며 안심하시길.
'
그리고
'내 탓이야
,
내가
그때
더
노력해 볼걸'
하며 땅을 치며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하나 품고 살았다.
어디에도 내편이 없는 것 같을
때도 그랬다
.
혹,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낭떠러지에 있다고 느끼는가? 더 버틸 힘이 없어 주저앉고 싶은가?
그럴 때 한번
생각했으면
좋겠다.
신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나는 진정 최선을 다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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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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