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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의 뜰 Jul 09. 2023

일일생활계획표 함께 만들기

 [치매와 함께 살아가기 프로젝트]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폭우가 거칠게 쏟아지더니, 다시 태양이 뜨겁다가 오늘은 갑자기 천둥 번개를 맞이합니다


저는 지금 평창에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시외버스를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 글을 씁니다


어제 아버지와 [치매와 함께 살아가기 프로젝트] 그 첫 번째로 '일일생활계획표'를 만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치매진단검사(아밀로이드 PET-CT 검사) 이후 더 낙담이 크셨는데요.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그렸던 생활계획표를 함께 만들면서 조금이나마 자신감도 찾고, 할 수 있다는 다짐도 보이셨습니다.





"아버지, 지금부터는 술을 드시면 죽음을 부르는 거에요.   술은 절대 안돼요.

아버지의 한걸음  한걸음은  뇌세포도 운동을 시겨주고요

아버지가 쓰는 글씨는 치매로 부터 뇌세포를 지켜줄거에요.

아버지는 해낼 수 있어요  "



운동은 지금 거주하시는 평창 700미터 고지를 오전, 오후 하루 두 번씩 오르내리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저와 함께 법정스님의 책을 필사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이어령교수님 책  '마지막수업'을 하루 한 장씩 필사하고, 힘들면 쉬운 책으로 바꾸기로 했어요


생활계혹표를 다 만들고 벽에 붙이며, 아버지의 결심도 동영상으로 찍어드렸어요.

기억나지 않거나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동영상 보시면서 부디 약해지지 마시라고요.




동서울터미널에 거의 다 오니 어느새 비가 그치고, 다시 해가 나려고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날씨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젠  믿어보려고 합니다.


어떤 순간은 화창하게 다가오고,

어떤 사람과는 먹구름만 잔뜩 끼어서 무겁게 마주하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바람이 거칠고 쓸쓸하기만 했습니다.


긴 장마와 폭염, 폭우만 있지 않겠지요.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 따뜻한 햇빛도 오겠지요.


그리고  

또 내가 행복을 느끼는 그 순간 누군가는 고독과 좌절에 빠져있을 수 있다는 것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쏟아지는 빗속에 홀로 서있는 그에게 우산이 되어줄 수는 없어도 함께 비를 맞아주는 마음을 키워나가겠습니다.




벌써 여름휴가철이 다가옵니다.

이번 여름휴가는 또 어떤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실지 궁금해지네요


아무쪼록 삶의 날씨와 인생의 맛을 제대로 느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S

조금전 엄마가 사진 한 장을 보내주셨어요.

아버지가 필사하시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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