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우의 뜰 Jul 16. 2023

신이 도와주고 싶을 만큼


"현경아, 아버지가 이상해. 못 움직이셔. 엄마 너무 무서워"


금요일 저녁,  평창에서 걸려온 엄마의 전화였다.

퇴근하자마자 퍼붓는 빗속에 영동고속도로를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려 평창으로 향했다.

원도브러시를 최대속도로 작동했지만 자꾸 눈앞이 흐렸다. 눈물이었을까.


새말 IC 나와 안흥, 방림, 그리고 주진리까지 몇 개의 고개를 구불구불 넘었다.

'아, 정말 다행이다. 무사히 잘 왔으니 이제  산 700미터만 올라가면 된다' 하며 차로 산속을 올라가는 데, 갑자기 거무스름한 것이 앞을 가로막았다. 아름드리 큰 소나무가 폭우에 쓰러져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게 아닌가.


폭우는 더 거세게 쏟아졌고, 바로 옆 개울물은 넘치기 직전이었다. 핸드폰조차 수신 송신이 잡히지 않아 119에 구조요청도 할 수 없었다.

이 무성하고 가파른 오르막길에 꼼짝없이 갇혔다.


어떡해야 하나 경황이 없던 순간도 잠시, 나는 바로 결정했다.

먼저 차를 떠내려가지 않을 곳으로 안전하게 주차를 했다. 그리고 핸드폰 조명 하나에 의지한 채 맨몸으로 쓰러진 소나무를 타고 넘었다. 부모님 계시는 오두막까지 처벅 처벅 홀로 산속을  걸어 올라갔다. 지금 생각해도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퍼붓는 빗물도,

범람할 듯 말 듯 천둥 같은 개울물 소리도,

산 중턱에 있는 산소와 납골당도 하나 무섭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도착할 때까지 아버지가 무사하시길,

마음만 있었다. 15분 정도 올라갔을까, 드디어 깜빡이는 빨간 불빛이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아버지를 모시고 왔다. 아버지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렸다는 게  얼마나 두려웠으면 몸이 이지경이 되도록 경직되었을까.





설상가상! 진퇴양난! 누구에게나 이런 최악의 순간이 온다. 도저히 내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이 어려운 시기는 어떻게 버텨내야 할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말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끝까지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


솔직히 나는 이런 독기도 없고, 인내와 끈기도 부족하다.

다만 세상 모든 신들이 최대한 손을 뻗어 나를 잡아주고 싶을 만큼 진심으로 원하는 것만 생각했다.

'아버지가 무사하기를. 엄마가 나를 보며 안심하시길.'

그리고 '내 탓이야 , 내가 그때  더 노력해 볼걸' 하며 땅을 치며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하나 품고 살았다.

어디에도 내편이 없는 것 같을 때도 그랬다.



혹,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낭떠러지에 있다고 느끼는가? 더 버틸 힘이 없어 주저앉고 싶은가?

그럴 때 한번 생각했으면 좋겠다.

신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나는  진정 최선을 다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