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한 편지]
아무도 몰랐으면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 한 사람은 내 맘 알아주기를 바라기도 해요.
참, 알 수 없는 게 내 마음인 것 같아요.
당신은 어떤가요?
어느 누구도 그대가 살아내기 위해 얼마나 버티고 있는지, 그래서 지금 얼마큼 힘든지를 친절히 물어봐 주지 않지요.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당신이라는 걸 내가 기억하니까요
오래전 여러 번 읽고 필사했던 김연수 작가의 [지지 않는다는 말]이라는 에세이를 다시 꺼냈어요.
달리기를 좋아하는 작가의 경험으로 가득 채워진 책인데요.
'지지 않는다'는 말은요,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거예요.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작가는 깨달았다고 해요.
희망으로 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절망을 받아들여야만 학고,
인생의 벽을 만났을 때도 회피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그저 그 순간이 지나가도록 버티고 기다린다고 썼어요.
이렇게 완벽한 위로가 또 있을까요?
책을 다시 읽고 쓰는 지금도 다시 가슴이 뛰네요.
꿇었던 무릎을 펴고, 일어나서 걷고 싶은 마음으로 벅차오릅니다.
그대와 나도 살아가다 보면 내 뜻대로 일이 되지 않는 날,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한 날이 있잖아요.
그럴 때 우리도 작가처럼 운동화 끈을 매고, 딱 동네 한 바퀴만 뛰자는 생각으로 밖으로 나가기로 해요.
때마침 뜨겁게 달구며 폭포처럼 퍼붓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성큼 바로 앞에 와 있네요.
오늘 그대가 한 일이 뜻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해왔던 것처럼 계속하세요.
저도 그럴게요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반드시 그곳에 도착하게 될 테니까요.
조금 느릴 뿐이지 계속 내 길을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p.s 오전에 강서구치매안심센터에서 아버지 GPS 받고 설치했어요.
걷고, 읽고, 쓰면서 오늘도 치매에 맞서는 아버지 하루하루가 자신을 더 살갑게 보듬어 주면서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되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