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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이피는섬 Jan 25. 2022

직장을 위한 기도

진정한 서른아홉 살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매일 글을 쓰고 고치는 일을 하지만 나를 위한 글은 쓰지 못했다는 게 표현이 맞겠다.


작년 3월, 3년의 프리랜서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여러 가지 밀려드는 상황 속에, 오랜 고민들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들의 끝에 맞닥뜨린 객관적인 현실은 결국 '나는 독립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담담하게 그 결론을 받아들이고 구직을 하려던 차에 감사하게도 지금의 회사에서 먼저 입사 제안을 해왔다. 다시 회사에 돌아가는 것이 정말 맞는 건가 하나님께 묻고 기도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기도했다. 

이번에는 정말 끝까지 고민해서 제대로 된 답을 찾고 싶었다. 늘 임시방편으로 도망쳐 버리고 후회하는 선택을 너무도 많이 했던 터라 그런 나에게 지쳐 있기도 했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맞을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해봤지만 자신이 없었다. 그전 직장 생활에서의 문제들이 다시 반복될 뿐일까 봐 걱정이 되었다. 


이번엔 정말 정답을 맞힐 수 있길 기도했다. 

나는 늘 A와 B의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답을 골라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문제가 꼬여버렸을 때 거기서 싹둑! 끝을 내버렸다. 직장도, 인간관계도 말이다. 


그래서 이번엔 '정말 하나님의 응답을 받을 때까지 기도할 거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답을 택할게요!'라고 마음을 정했다. 

그동안 내 마음대로 택했던 답이 모두 틀렸기 때문에, 그렇게도 험난하고 어려운 길들을 걸어서 이제야 처음으로 '하나님 앞에 나 자신을 내려놓기'를 해본 것이다.


한 달 동안 매일 기도했다. 

처음에 하나님은 아무 답도 주지 않으셨다. 

내 기도를 듣고 계시지도 않는 것처럼 아무런 느낌도 변화도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어차피 응답도 안 해주시는데 그냥 내가 결정하자.' 그러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듯 나는 내가 꼬아놓은 것들 때문에 그동안 너무 힘들었고 또다시 나를 자책하고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기도했다.


그리고 결국 하나님의 응답을 받았다. 


하나님의 응답은 직장으로 돌아가느냐, 아니냐의 이분법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나에게 '믿음으로 걸어가라.'라는 응답을 주셨다. 


내가 다시 직장에 가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고 계속 프리랜서와 1인 출판을 겸하는 인디펜던트 워커가 되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라는 응답. 이게 뭔가 싶었지만 곧 그 응답의 뜻을 깨달았다.


어떤 방향, 어떤 길을 가도 하나님은 내 마음의 중심에 하나님이 있기를 바라신다. 

하나님께는 그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그 응답을 받았을 때 눈물이 많이 났다.


내가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지나온 모든 길들에서도 하나님은 모든 곳에, 모든 시간에 함께하셨다. 

내가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길을 택해서 그곳에서 혼자 힘들어했던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셨고 나를 버려두지 않으셨다. 

다만 내가 바삐 내 갈 길을 가느라 하나님을 외면했던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한 번도 하나님이 필요하다고 부른 적이 없었다. 

 

내가 이미 다 망쳤다고 포기했을 때라도 하나님을 찾았다면 하나님은 내가 넘어지고 실패한 그곳에서 나를 일으키실 수 있는 분인데. 나는 하나님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

 

그 모든 시간들을 돌아보며 내가 참 하나님을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을 내 생각과 내 틀 안에 집어넣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응답 안에서 내가 택한 것은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정말로 '내 일'을 할 준비가 될 때까지 직장에서 더 배우기로 했다. 

시간은 5년으로 정했다. 

이 시간 동안 나는 정말 '내 일'을 시작했을 때 나를 도와주고 내 일에 시너지를 내줄 수 있는 동료들을 만들 것이고 , '저 사람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야. 저 사람은 분명히 성과를 만들어 내.' 나에게 그런 신뢰를 가지고 '내 일'에 기꺼이 투자할 사람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기간제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내 생애 처음으로 하나님과 나 자신 앞에 진실하고 겸손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때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평안했다. 

비로소 처음으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답을 찾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출근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기도한다.


'하나님, 저에게 귀한 이 직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포도열매가 풍성하기 위해 포도나무와 가지가 튼튼해야 하듯이 

저를 축복하시기 위해 이 회사를 축복하시고 

제 위에 세우신 대표님, 본부장님, 각 팀 팀장님들을 축복하실 줄 믿습니다. 

그들을 통해 제가 풍성한 복을 받게 하시고 

저 또한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하나님의 복을 전하는 축복의 통로 되게 하옵소서. 

내가 가진 작은 지혜와 치우친 편견으로 판단하지 않게 하시고 

겸손히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더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나를 높이기 위한 지혜가 아니라 

모두를 세워주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지혜를 구하는 제가 되게 해 주세요.

이 회사에서 제가 하는 일을 통해 하나님의 선한 뜻이 펼쳐지길 원합니다. 

그러니 하나님, 이 회사가 모든 일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선한 결정을 할 수 있게 인도해주세요. 

오늘 하루도 하나님 앞에서 일하듯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게 하시고 

어떤 사람을 대할 때라도 하나님 앞에 선 것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저와 함께 해주세요.

감사드리며 이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벌써 다시 직장에 다닌 지 10개월. 300일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기도다.

그리고 정말 매일매일 이 기도대로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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