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연재
어떤 물건들 속에는 기억과 감정이 저장된다.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사진 한 장.
빨간 장미꽃 앞에서 웃고 있는 얼굴.
그 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람의 얼굴이다.
하지만 사진 속의 그 사람은 어쩐지 내 기억 속에 여전히 선명하게 남은 얼굴과 달라 보였다.
반짝이던 눈빛과 미소가 흐려져 있다.
내 기억과 사진 속 얼굴의 간극 덕분에 기억이 났다.
오래전 그 5월.
다시 오래된 사진을 봤다.
빨간 장미 옆에서 쓸쓸한 웃음을 짓던 내가 좋아했던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서 그를 아프게 했던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그저 바라보고만 있던 어린 내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오래된 슬픔이 가슴을 쿡 찌르고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