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이피는섬 Feb 17. 2024

beige to yellow

짧은 소설 연재

정작 분명한 답을 알고 있는 건 자기 자신이면서 사람들은 누군가가 답을 정해주길 바란다. 

자신이 듣고 싶은 답을 말해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이미 했던 말을 끝도 없이 반복하면서 투덜거린다.


'만날 때마다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말고 그 사이에 상황을 바꾸기 위해 뭔가를 하란 말이야!'

속으로 외치지만 상처 주기는 싫어서, 마음속으로 생각만 할 뿐이다.  


다른 대화를 하고 싶어도 이야기는 어느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있다.


'자주 만나지도 못하면서 이 이야기 밖에 할 게 없어?'

서운하면서도 짜증 나는 마음을 한번 더 삼킨다. 


이야기의 주제를 바꿔보려 애를 써보지만 자꾸만 불행의 늪으로 기어들어가는 그 의지까지는 내 힘으로 어쩌지 못했다.

답답해서 결국엔 화를 내고 만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결국 그 말이 듣고 싶은 거잖아!"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해줬으니 이제 고민이 끝났을까 하면 그것도 틀렸다.

답을 해줬지만 고민이 해결된 표정이 아니다.


"아니,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물론 내가 생각하는 건 그게 맞지만. 정말 그렇게 했다가 잘못되면 어떡해..."

"휴, 넌 그냥 두려운 거야. 답을 알지만 괴로울지언정 불확실한 선택을 하고 싶지 않은 거지. 근데 불확실하다고 다 위험한 건 아니야. 딱! 모퉁이를 돌았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질 수도 있는 거잖아."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잖아."

"..."


말문이 막힌 건지 이제 이상 말하기가 싫어진 건지 나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벌써 이런 대화가 몇 달째 계속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하지 못한 말들을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모퉁이를 돌 거라고, 몇 번이라도 모퉁이를 돌고, 문을 열고, 두드리겠다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걸어갔다. 

   

 



 










 

이전 03화 green green d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