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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이피는섬 Mar 21. 2024

surely someday

짧은 소설 연재

또 꿈을 꾸었다. 누군가의 죽음에 관한 꿈이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죽음을 꿈으로 안다.


나보다 먼저 엄마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는 늘 불안해했다.


중학교 1학년 때였을까? 엄마와 같은 능력이 나에게도 나타났다.

처음에는 몰랐다. 우연이겠지 싶었다.

하지만 꿈은 계속되었고 점점 선명해졌다.

긴가민가했던 나는 이제 꿈을 꾸면서도 안다.

‘지금 누군가가 죽는구나.’

하지만 나는 그게 누구인지, 어디에서, 어떻게, 무슨 일 때문인지 모른다.

그냥 누군가가 죽었다는 것밖에.


누가, 어디서, 어떻게에 대한 답은 곧 들려오는 장례 소식으로 알게 되었다.


처음엔 나도 엄마처럼 불안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심정이 되었다.

또 어느 날 어떤 꿈을 꾸더라도 나는 지금 죽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까.

비가 오면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나에게 죽음에 대한 꿈은 그런 것이 되었다.


하지만 감정까지 메마른 건 아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꿈을 꾸면 슬퍼진다. 가끔은 꿈에서 깨어나 울 때도 있었다.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능력이 왜 나에게 왔는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왜 슬픔까지 느껴야 하는지...


궁금한 것은 많았지만 답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 그 아이를 만났다.

누구에게든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아이.


그 아이가 말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는 것도, 내 이야기도 말하지 않았다.


'넌 내 꿈속에 눈을 내려줄 수 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내 꿈이 그저 악몽인지, 맞아야 하는 비인지, 이 모든 게 우연인지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언젠 답을 찾는다면 나도 너에게 말해 줄게.'

 

그때까지 나도 잘 모르는 나를 조금만 이해해 주길,

그늘지고 어두운 나에게서 너무 아깝지도 멀어지지도 않길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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