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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이피는섬 Mar 03. 2024

When snow falls in your dream

짧은 소설 연재

"사실 난 누구든 그 사람이 원하는 꿈을 꾸게 해 줄 수 있어."


"진짜야?"


"응."


인아는 잠시동안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인지 시험해 봐도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꾸고 싶은 꿈 있어?"


"음, 지금부터 생각해 볼게."


방금까지 미심쩍어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인아는 어느새 철석같이 내 능력을 믿고 있는 듯했다.

행복한 꿈을 꿀 생각에 눈빛이 반짝였다.


"나 아주아주 아름다운 풍경 속을 걷고 싶어. 걷는 것보다 나는 게 좋을까? 꿈이니까 말이야. 아, 아니야, 하늘을 나는 꿈 몇 번 꿔 봤는데 꿈속에서도 꿈이라는 걸 금방 알더라. 나는 건 취소야."


점점 더 기대가 되는지 인아는 발걸음마저 가벼워 보였다. 어느새 춤을 추듯 걷고 있었다.


"온갖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는 정원을 지나고 바닷가도 걷고, 그렇게 걸어가는 길마다 모든 풍경이 숨 막히게 아름다웠으면 좋겠어. 그리고 작년에 하늘로 간 우리 고양이 초코랑 같이 걷고 싶어. 그렇게 할 수 있어?"


"응. 알았어."


"야, 근데 너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거 왜 그동안은 말 안 했어?"


"그냥.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니까."


"그게 왜 대단한 일이 아니야, 엄청 대단한 일인데!"


인아는 이제 완전히 내 능력을 신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엄청나고 대단한 것을 보는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대단한 거 아니야. 그저 꿈이잖아. 현실을 바꾸는 게 대단한 거지. 꿈은 아무것도 바꿔 주지 않아."


내 말에 방금까지 기대감에 부풀었던 인아의 얼굴에서 무언가가 피식 빠져나갔다.  


"그런가? 꿈은 꿈일 뿐인 건가...."

 

나는 왠지 인아를 더 실망시키고 싶었다.


"꿈은 원래 평소에 오래 생각하던 일이나 사람이 나오는 거니까."


사실은 내가 가진 능력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은 거였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아무런 두려움도, 책임감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나는 괜히 인아를 통해 나 자신에게 다시 말하고 있었다.

 

말없이 길을 걷던 인아는 갑자기 내 쪽으로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아니야, 행복한 꿈이 왜 소용이 없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건 대단한 거야."


인아는 인정하라는 듯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 대답을 들을 때까지 인상을 쓰며 나를 노려볼 것 같아서 얼른 대꾸해 줬다.


"그래. 알았어. 대단한 거야."


"근데, 아까 내가 말한 행복한 꿈을 꿔도 네가 했다는 걸 어떻게 알지? 네 말대로 내가 평소에 원하던 거라서 꿈을 꾼 걸 수도 있잖아."


나는 처음 받아보는 질문에 당황했다. 가족들은 내 능력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직접 누군가에게 말한 건 인아가 처음이었다.


"방금까지 철석같이 믿는 것 같더니, 왜 의심이 들어?"


"아니, 믿어. 근데 검증을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 나 스스로 꿈을 꿀 확률도 있으니까."


"너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음... 꿈꾸는 동안 계속 눈이 내리게 해 줘. 생각해 보니까 꿈속에서 눈이 내리는 걸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 내가 초코랑 걸을 때 하얀 눈송이가 펑펑 내리게 해 줘. 아니, 하얀 눈은 너무 평범한 것 같아. 핑크색이나 연보라색 눈송이로 해 줘. 그럼 확실하게 네가 했다는 거 알 수 있겠다. 너무 예쁠 것 같아."


인아는 이미 꿈속인 듯 빙그르 돌며 또 춤을 추듯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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