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다. 만나면 반갑고, 할 이야기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데 이상하게 어렵다. 누구냐면, 바로 '어린이집 엄마'들이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2년째 등하원 때면 늘 마주치는 이들이다. 몇몇은 함께 커피도 마시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어렵다. 어색하거나 불편한 감정이 아닌 말 그대로 어. 렵. 다.
어린이집 엄마들이 어려워
왜 그럴까. 남편과 저녁에 야식을 먹으며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여보 나 이상하게 00이 어린이집 엄마들이 어려워. 대화를 하는데도 너무 조심스럽다고 해야 할까. 뭔가 어려운 관계라는 생각이 들어"라고 하니 남편은 "그래? 대화하는 시간이 너무 짧고, 애 보느라 온전히 집중하지 못해서 그런가 아니야?"라고 답했다.
정말 그런 걸까. 혼자서 생각해보니 몇 가지로 추려졌다. 남편 말대로 짧게 보는 특성상 어려울 수 있다. 매일매일 마주치기는 하나, 등하원시 짧게 인사 나누는 게 전부이고, 하원 후 놀이터에서 거의 2시간가량을 함께 있음에도 아이 케어하랴, 아이랑 놀아주랴 엄마들과 대화는 수시로 끊긴다. 또 나는 돌 갓 지난 둘째도 있다 보니 아무래도 대화가 수월하지는 않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 하나를 찾아냈다. 바로 '특별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나와 맺어진 관계가 아닌, 나의 자녀로 인해 맺어진 관계라는 점이다. 그동안 내 주변 지인들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선택과 나의 활동 등 모두 '나'와 연결됐다. 학교 다닐 때는 물론이고 직장생활이나 종교활동, 심지어 조리원에서까지도 모두 나와 연결이 되었고 나의 이야기나 나의 삶, 나의 생활에 대해 공유가 되던 관계였다.
그러나 어린이집 엄마들은 좀 다르다. 나의 삶, 나의 생활이 대화의 주제가 아닌 아이들이 대화의 주제가 되고, 아이의 생활이 이야기가 된다. 이게 참 어려운 게 아이들 이야기를 한다는 게 얼마나 조심스러운 건지 모른다.
아이 자랑만 늘어놓기도 그렇고, 우리 아이 부족한 부분을 말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남의 아이는 어떤지 계속 물을 수도 없다. 한글을 벌써 읽는 아이가 있고 학습지를 여러 개 하는 아이도 있다. 모든 친구들과 잘 노는 아이가 있고 그렇지 않고 혼자서 노는 아이가 있다. 다 커가는 과정이고 아이 기질이나 성향이 다 다르기에 엄마가 억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다. 그런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심스럽고 대화가 어려워진다.
또 다른 이유. 정보력?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무슨 정보력일까 싶지만, 이곳도 사회다. 정보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대화를 주도하느냐 끌려가느냐 등등이 나뉜다. 그건 동네 상권에 대한 정보가 될 수도 있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평가, 더 나아가서는 학원이나 학습지에 대한 변별력 등이 될 수 있다. 이건 첫째 엄마이냐, 둘째 엄마이냐에 따라 나뉘는 게 있는데 아무래도 첫째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고 둘째가 이제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엄마들의 정보력이 더 뛰어나다. 아마 첫째를 키우며 다 경험하고 부딪히며 알게 된 게 많아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첫째 엄마이고, 정보력이 많이 딸리기에 늘 정보를 얻을 뿐, 주지는 못하고 있다.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어느 한쪽은 주기만 하고, 어느 한쪽은 받기만 하니, 이것 역시 어린이집 엄마들이 어려운 데 한몫을 한다.
암튼 각설하고, 이런 이유 등으로 나는 어린이집 엄마들이 어렵다. 궁금한 것들을 묻기에도 조심스럽고 나의 아이에 대해, 또 그들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