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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윤맘 Dec 08. 2021

마라맛 육아

중독되는 그 맛

마라맛. 맵고 아리고 속까지 아픈 그 맛. 

요즘 나의 육아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마라맛이다.


6개월 아드님은 안아라 안아라 나를 안아라 병이 왔고

4살 따님은 엄청난 찡찡과 짜증 그리고 반대병(무조건 싫어 안 할 거야)이.. 

37살 나는 목 어깨 허리 날개뼈 등등 안 아픈 곳이 없고

39살 남편은 늘 피곤해 졸려병이다.


이러니 내가 마라맛 육아가 아닐 수 있을쏘냐.

너무 맵고 아찔해서 다 놓고 '아몰랑' 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어제는 둘째를 아기띠로 업고 설거지를 하는데 첫째가 계속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이건 아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 오만가지 참견 및 짜증을 부렸다.


어깨는 너무 아프고 설거지는 끝이 안 보이고

둘째는 무겁고 첫째 짜증 내는 목소리를 듣기 싫고

갑자기 머리가 띵 하면서 순간적으로 어지러운 증상이 찾아왔다.  첫째한테는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아 쫌 엄마 설거지하고 바쁜 거 안 보여!!"라고 소리를 질렀다.


질러놓고 미안해서 눈치를 보니 전혀 개의치 않고 노는 첫째. '정말 마라맛이 따로 없군'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설거지를 마치고 아기띠에서 잠든 둘째 내려놓고 혼자 노는 첫째에게 다가갔다.


애교 부리며 예쁘게 웃는 얼굴에

마라맛 육아가 갑자기 천상의 맛으로 바뀐다.


가만히 잠든 둘째와

예쁘게 잘 노는 첫째

설거지를 다 마치고 나름 깨끗해진 주방.. 지나고 보니 결국은 다 좋으려는

과정이었구나 싶었다.


마라맛도 사실은 먹다 보니 중독돼서 끊을 수 없이 계속 먹게 되지 않나.  눈물 콧물 쏙 빼고 켁켁 거린다고 해도 중간중간 고소함도 있고 짭짤하 달큰하기도 하다


육아도 마찬가지.

결국 내 마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며

오늘도 신나게 마라맛 느끼련다


21. 12. 8.

아침 등원길 사탕을 꼭 사야겠다고 슈퍼를 기어코 간 첫째에게 멘탈 털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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