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친구가 되는 방법, 편하지만은 않지만…
글을 쓰는 것이 좋은 것을 알지만, 조금 하다가 그만두게 된다. 운동처럼 글쓰기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 속으로 데려오려면 일정 기간 연습과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일단 습관이 되고 나면, 평생의 동반자로 삼기에 글쓰기만큼 좋은 게 있을까 싶다.
글쓰기를 자신의 친구로 만들려면,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일부러 애쓰고 억지로 만나게 되면 결국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가기가 힘들어지니까.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신경을 쓰고 배려를 하는 건 좋겠지만, 자신을 옭아매는 정도로 ‘억지로’해서는 안 된다. 만남을 통해 서로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한 관계가 아닐는지.
그렇다면 억지로 하지 않으면서 계속 글쓰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을 쓰는 과정은 힘들고 고될 수 있다. 계속 앉아서 생각하고 글씨를 쓰거나 자판을 두드리는 일은 쉽지 않다. 머리도 그렇지만, 몸으로도 힘든 일이다. 그래서 작가들은 자신들을 ‘집필노동자’라 부른다. 글 쓰는 일도 몸을 써서 하는 일이란 것이다. 그래서 시작을 하기 전에 불안이나 두려움 같은 것이 몰려온다. 힘들 것 같은 예감은 틀리지 않으니까.
게다가 글쓰기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더 많이 느끼게 한다. 글은 그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그대로 투영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잘 쓰면 좋은 사람, 못 쓰면 자기 자신 또한 못난 것처럼 평가받는 것 같다. 하지만 글은 글이고, 자신은 자신이다. 글을 많이 쓰다 보면 글과 자아의 분리가 어느 정도 되는데 처음엔 그게 잘 안된다. 그러다 보니 평가받는 것이 무서워서 시작하기가 힘들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앞서면 글쓰기가 힘들어진다. 부정적인 감정은 사고의 폭을 좁히고 당면한 상황에서 재빨리 튀어버리게(?) 만든다. 그 대신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면, 한 번 해보고자 하는 용기를 갖게 된다. 쓰고 싶은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라 쓰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감정은 어떻게 갖게 되느냐? 다 쓰고 나서의 홀가분하고 뿌듯한 기분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깔끔하게 소복이 쌓여있는 글자를 내가 썼다고 생각하면 기특하기도 하고 장하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 보지 못했던 측면을 깨달아 가는 과정도 꽤나 즐겁다. 그런 좋은 순간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본다.
글쓰기가 부담스럽고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한 번에 끝까지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글 한 편에 해당하는 원고 분량을 떠올리면 시작하기도 전에 질리고 만다. 이런데 책 한 권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엄두도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글이 좋은 게 무엇인가? 시간의 제약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글은 조금 써 놓고, 시간을 두었다가 또 이어서 쓸 수 있다. 한 호흡에 쓸 수 있는 만큼 썼다가 저장해 두고, 다시 에너지를 충전해서 나머지를 이어 나가다 보면 글 한 편이 완성된다.
문제는 그렇게 쉬는 사이, 쓰고 있는 글의 주제에서 멀어져 버리면, 그 글은 영영 끝맺음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 그 흐름만 놓치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 된다. 그래도 만약 다시 그 주제로 다시 돌아오지 않게 된다면, 그건 내가 거기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니 억지로 쓰려고 할 필요가 없다. 해도 잘 안될 것이다.
그러니 쉬엄쉬엄 쓴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될 일이다. 한 호흡에 한 문장을 쓸 수 있으면, 한 문장을 쓰고 잠시 쉬었다 다음 문장을 쓰면 될 일이다. 두세 문장을 그렇게 이어서 쓰면 문단이 된다. 문단 대여섯 개를 쓰면 글이 되고 말이다.
글쓰기가 힘든 것은 낯설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 해본 일을 새로 하려면 신경도 많이 써야 하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그런데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글을 많이 쓴 사람에게도 뭔가를 쓰기 위해 빈 종이 앞에 않는 것이 낯설다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낯선 곳에 자신을 놓아두는 일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 그렇다.
그렇다면 나머지 조건을 아주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익숙한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끼니까 말이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글을 쓰는 것이 꾸준하게 쓰는 데 도움을 준다.
작게나마 집에 글 쓰는 공간을 마련하면 좋다. 자주 가는 카페를 지정해 두는 것도 좋겠다. 늘 쓰던 손에 익은 필기구와 키보드와 함께 하는 것도 좋다. 온라인 공간도 환경이다. 몇 가지 플랫폼을 몸에 익혀 두고 편안하게 글 쓰는 공간으로 이용하면 좋다.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출근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메모장에 휴대폰으로, 아이를 등원시키고 카페에서 한 시간… 이런 식으로 정해진 일정 속에 글쓰기 할 시간을 넣어 놓으면,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익숙하고 편안해서.
다른 모든 것도 그렇겠지만, 글쓰기도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여기에 자신을 얽어맬 필요는 없다. 숙제하듯이 떠밀려서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은 있는데 몸이 잘 안 따라 줄 때가 문제다. 마음의 갈등이 일어나니까. 이럴 때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에게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 여기에선 긍정적 감정 이용하기, 쓸 수 있는 단위로 작업 분량 나누기, 익숙한 시공간에서 쓰기 등을 제시해 보았다.
더 많은 노하우가 존재하겠지만, 내 경우에 글쓰기가 힘에 부치거나 강박적으로 하게 될 때 이 세 가지를 떠올려 본다. 글쓰기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 분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