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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부름 지나 Jan 28. 2024

희망은 젖은 수건같아요

#14편. 재난현장에 나간 기자 장현우

 


안녕하세요, 식부름 지나입니다.

한 주간 어떠셨나요? 오늘은 희망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여러분은 언제 희망을 느끼시나요? 저는 그 순간이 언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근데 누가 그랬죠, 희망이 있는 한, 삶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거요. 목표를 찾아가는 길 위에 서 있을 때, 불확실하지만 설레는 미래를 상상할 때, 그 순간에 저는 희망을 느끼는 것 같아요. 과정 자체가 때로는 힘들지만, 그 안에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정말로 원하는지 발견하는 순간들이 제게 희망을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친구 현우에게 연락을 해 보았습니다.

 인터뷰 속에서 현우의 <희망> 정의도 새로웠는데요. 바로 그 대화 속으로 초대해 드립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기독교전문 채널 GOODTV에서 방송 기자로 지금 1년 6개월째 근무하고 있는 27세 장현우입니다.



지나: 보도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요?

현우: 일주일에 3번 방송 리포트 보도하고 있어요.


지나 : 기자로서 기억에 남는 취재는 언제였나요?

현우 : 작년 2월에 티르키에 대지진이 났을 때 현장에 나갔어요. 자던 와중  6.9의 지진을 겪기도 했고 부모님 두 분을 잃은 아이와 폐허 앞에서 중계를 하기도 했어요.


그때가 기자 언제 몇 개월 차였어요?

현우: 8개월이요. 22년 7월 입사했고, 23년 2월 현장에 갔어요.


당시의 기회는 어떻게 찾아온 거예요?

현우: 주간 회의에 본부장님이 들어오셔서, '이 취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느냐' 물으실 때 바로 손들고 말씀드렸어요. 제가 한번 가보겠다고요. 그 후 사장님한테도 직접 부탁을 드렸구요.





지나 : 패기있네요. 사장님께 보고는 이례적이지 않나요?

현우 : 그렇죠. 그랬기에 믿고 보내주신 것 같아요.

지나 : 현장갈 때 가족들이나 주변의 반응은 좀 어땠어요?

현우 : 부모님은 걱정 많이 하시면서도 다녀오라 하셨고, 동행한 부장 카메라기자님의 아들은 많이 울었다고 해요.


손을 든 후로부터 비행기를 탄 건 며칠 후였나요?

현우: 6일째요. 매일 야근했죠. 제가 가고 싶다고 해놨으니 제가 책임져야 했거든요. 비행기 예약시간부터 동선도 계획을 세운 다음 임원 회의에 발표를 했었죠.






튀르키예 지진,

재난현장으로 간 신인기자


지나: 당시 지진의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요?

현우 : 규모 7.8 지진에 2만 명 사망자, 5만 명 사상자에 도로는 차가 못 지나다닐 정도로 변한 모습이었어요.


지나: 그곳에 가서 타언론사를 만나기도 했나요?

현우: 국내언론사는 다른 지역에 있어 보지 못했지만, 무너진 교회 앞에서 CNN기자를 만났어요. 저 당시 제 다음 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앞순서 였던 전 NG를 서른 번 정도 냈어요.


뮤너진 교회


지나: 그 날들 일과가 어떻게 되었나요?

현우 : 통역사님, 카메라 기자님과 저. 세명이서 새벽 6시에 나가 종일 있다, 저녁 9시에 복귀했어요. 그 뒤 기사를 쓰고 새벽 2시에 하루가 끝났어요. 하루에 2시간 잤으면 많이 잔거였어요.


지나 : 계속 일을 했었나요?

현우 : 10분에 한 번씩 회사에 보고를 해야 했어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지를 포함해서 이동하는 시간에도요.


지나 : 어떤 요청들을 주로 나누었나요?

현우: 취재와 동시에 다큐멘터리도 만들고 왔는데요. 그래셔 어떤 현장에 나가고, 추가 보도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 지를 조율했었죠.






 

지나 : 이재민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현우 : 아내 잃은 남편도 만났고 온 가족 다 잃은 소녀도 만났습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했고, 도움을 요청했어요. 환경도 열악했구요. 사람들이 천 명 이상 모였지만 화장실은 4개밖에 없고, 물도 거진 안 나와 많은 분들이 씻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지나 : 예상외 상황을 보기도 했었나요?

현우 : 재난 현장에서는 연락이 안되고 핸드폰도 잘 못 본다고 생각하는데, 우려와 달리, 인스타 스토리를 올리는 모습도 종종 목격했어요.






지나: 이후의 내 마음가짐은 어떻게 변하던가요?

현우 : 간절함이 필요해요. 그런 간절함을 희열로 느껴야지 기자를 계속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전 앞으로도 계속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기자 정현우의

 개인/일의 균형은 어디에 가있을까?

지나: 쓰기에 읽기를 뗄 수는 없죠.

최근에 읽었던 책은요?

현우 : 파우스트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끝은 파멸이라는 얘기가 나오죠.


지나 : 책에 기독교적 세계관도 나오죠. 참.

기독교 방송국만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현우 : 일반 사회 뉴스랑은 다르게, 상처받은 사람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 지에도 초점을 맞춰요. 예로 스토킹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서 전문가 조언뿐 아니라, 피해자들을 위한 기독교 상담을 권하는 내용이 들어가요.


지나: 써봤던 기사중 반응이 좋았던 기사는요?

현우: 유튜브 댓글에 좋은 분석이라는 답변을 많이 받은 기사가 있는데요.

[기독교인이 비호감으로 비치는 이유]에 대한 소윤정 신학교수님 인터뷰였습니다. 기존의 이유였던, 길거리 전도보다 한 걸음 구체적으로 그렸죠.


지나: 어떤 이야기였어요?

현우: 카페 내에서 기도를 크게 한다거나 찬양을 크게 부른다는 예시가 요인이라 지적한 내용을 실었더니, 공감한다는 식의 반응들이 있었어요. 그럴땐 큰 성취를 느끼죠.


지나 : 굉장히 디테일했네요.

또 요즘 개인의 루틴은 어떤가요?

현우: 주말 아침이면 8km 뛰고 찬물샤워를 해요.

지나: 찬물샤워는 언제부터 해왔나요?

현우 :  취업준비할때부터요. 당시 면접 보면 긴장을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찬물 샤워도 숨이 갑갑하게 쉬어져요.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시키는 거예요.


지나 :  계속 맞닿뜨리면서 긴장을 덜어내군요.

현우 : 맞아요. 맞아요.


지나 : 방송기자는 관리도 중요하군요, 다음 질문.

일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나요?

현우: 일단 자기 관리를 위해서 먹고 싶은 거를 많이 먹을 수 없다는 거죠. 또 스트레스받을 때의 기분도 조율해야해요. 현장은 서로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좋게 가야 하거든요.


지나 : 어떤 기분에도 태도가 늘 좋아야 하는 군요.

그롬 직업 만족도 조사해 보겠습니다.

직업 만족도 어떠신가요?

현우 : 음 100점 만점에 전 75점이에요.







대학생 장현우

 


지나: 대학에서 바쁘게 지낸 추억도 궁금해요.

현우 : 대학 스포츠 동아리 레귤러스에서 취재 기자로 활동하묘, 한겨레 배움터에서 기자 수업을 들은 건데요. 두 활동은 주로 군시절에 사회복무 퇴근후 했어요.


지나 : 시간을 쪼개서 쓰셨네요.

직접 쓴 기사 중 기억에 남는건요?

현우: 고교 핸드볼 팀 내 폭력을 저지른 학생이 명문 대학에 입학했는데, 반면에 피해자는 대학 진학조차 못 한일을 보도한거예요. 피해자 부모님은 얼마나 마음 아플까요. 들어온 제보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죠.


지나 : 이후에 후속기사가 나왔나요?

현우 : 파장이 있었어요. 대형 언론사의 보도가 나오고 그 학생의 퇴학 조치 더불어 관련 제재도 생겼었죠.

당시 스포츠 폭력 사건이 사회적 화두가 됐었던 시기여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었던 일을 하잖아요. 오히려 나는 안 될 것 같다 생각한 순간이 있었나요?

현우: 서류가 떨어지면 내가 분야에서 경쟁력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근데, 그건 되게 단순한 시각이었어요. 모든 회사가 다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건 아니니까요.


지나 : 그때 떠올릴 명언이 있을까요?

현우: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지나: 언제부터인가요?

현우: 최근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간 중학교에 쓰여 있던 글귀인데요. 옆에 '실패를 2배로 늘려라'라고 적혀있었죠. 보며 많이 느꼈어요. 실패를 많이 해야 많이 배우는 거라고요.


또 반면에 내 장점은 어떤건가요?  

현우: 겸손함과 열정.

진부한 단어지만 진부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보편적인 좋음으로 인식된다는 거죠.

지나 : 특히 열정은 입사후 잘 보여주신거 같네요.





지나 : 그런 나에 대한 별명이 있다면요?

현우 : 맑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회사에서 선배들이 맑은 <양파쿵야> 캐릭터같다고 했는데 사실 딱히 별명을 가져본 적은 없어요.


지나: 맑다는 말에 공감을 하나요?

현우: 맑다는 게 꼭 칭찬만은 아니라 생각하고 진중해지려 노력해요. 그치만 공감한 건, 전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한다는 점이에요.



지나 : 방송기자로 많은 유형은 아닐 수도 있겠군요. 근데 요즘 차별화의 시대라잖아요. 맑은 기자, 전 좋게 들리는데요.

현우 : 겉으로 맑은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를 밝게 비추는 기자가 될 수 있다면 더 좋겠네요.ㅎㅎ


지나 : 눈빛을 보며 진심이라는 걸 또 느꼈네요.

한편, 기자를 평생 한다는 마음으로 내가 갖고 싶은 타이틀이 좀 있다면요?

현우 : 재난 전문 기자요. 경각심을 갖게하는 보도를 통해 시스템적인 예방에 힘을 보태고 싶어요.


지나:  근데 요즘 콘텐츠 자체가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나요?

현우: 그렇죠. 사회적으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요.

양질의 정보를 바탕으로 경각심을 주는 일이 점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 최근에 JTBC가 웨이브에서 하는 <아딘퀴젠>에선 그 속 기자랑 다큐 PD 간에 구분이 없어요. 방송 보도 속 과정들을 다큐멘터리로도 만들고 있죠.







그래도 꿈을 이룬다는 건


상상을 현실로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현우 : 전 희망이 있는 한 행동은 따라온다고 생각을 해요. 도파민이 희망을 느낄 때 분출된다고 하잖아요. 그럼, 현실과 희망의 간극을 채우기 위해서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희망의 크기를 어떻게 빗대어 볼 수 있을까요?

현우 : 수건이라고 생각해요.  


지나 : 왜 그렇게 말할 수 있나요?

현우: 수건의 무게는 물에 젖으면 무거워지잖아요.

물은 슬픈 상황에서 더해진다고 빗대볼 수 있어요. 이처럼 슬픈상황에 놓일 때 제 희망이 커지기도 하거든요.  


지나 : 젖은 수건은 무거울 때 있고 마를 수도 있고..

현우 :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면도 있죠.


지나 : 되게 좋네요. 누가 물어보면 꼭 써주세요.

마지막 한 마디를 해주신다면요?

현우: 감사한 기억들은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만으로 하는 일을 이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재난 현장에 나가는 걸 보며, 정현우는 대학 시절 내내 말하는 목표를 정말 이루는구나, 느꼈는데요. 그 외에도 기독교 방송에서 <기독교인이 비호감으로 비치는 이유> 에관한 인터뷰를 했다는 말에 세상은 변화무쌍하고 우리 각자의 역할과 인식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느꼈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직무와 일하는 환경 모두 다르지만, 걸어온 길들을 나누다 보면 위로와 감동을 주는 순간들이 많다는 피드백을 받곤 해요. 서로 각자의 경험을 말하고, 어떻게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짐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와 지지는 결국 우리가 서로에게 더 큰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희망의 방법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더 만들어보려고 해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주제나 이야기가 생각난다면 귀띔해 주세요. 특정 직무가 아니라 궁금한 주제에 대한 문의도 대환영입니다. :)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지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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