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편. 세계일주를 떠난 AI 개발자
세계일주를 했어요. 제 오랜 꿈이었던 오로라를 보고왔죠.
*브런치 앱에서 실수로 글이 삭제되어
더 재밌게 편집했으니, 좋은 감상 부탁드립니다. :)
[식부름지나 <어떤그릇에 당신을 담을까요> #15편
인생은 탐험의 연속인 거 같아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꿈과 목표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듯 해요. 이번 에피소드에서 성필님과의 대화에서는, 인생에서 꼭 보고 싶은 것들을 향한 열정과 그것들을 실현한 전과 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세계일주를 하며 별, 달, 오로라와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순간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은 단순한 일과 취미를 넘어, 인생에 꼭 해보고 싶은 경험인데요. 여러분 마음 속에는 어떤 목표들이 있나요?
자기소개해주세요
연세대 수학과와 컴퓨터 공학을 곧 졸업하고, 식품 자동 조리 로봇에 들어갈 AI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학 전공은 어떤가요?
'담배 연기'는 눈에 보여도 손으로 잡을 수는 없죠. 근데 수학은 연기를 잡아서 형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거든요. 머릿속으로 알 수 있지만 잡히지 않는 걸, 물리적인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논리가 필요한가를 계산하는 게 수학이 하는 역할이에요. 프로그램도 똑같아요. 내가 a라는 일을 하고 싶으면, 차곡차곡 쌓아야 되는 논리들이 있어요. 그 논리들을 생각하고 쌓아 올리는 과정이 저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어린시절엔 어땠나요?
저는 공부하기 정말 싫었거든요. 한편, 학교 바깥에 있는 것들은 되게 재밌었어요. 영화, 게임도 좋아하구요. 한편, 성실하단 말을 듣는 학생이었고, 전교 3등으로 졸업했던 거 같아요.
그러곤 용인외고에 갔어요. 1학년때 통계학을 듣고 보는 게 넓어지고, 흥미가 생기는 거예요. 빅데이터로 방향을 잡았죠. 그리고 2학년 때 바이오 인포메틱스를 들으면서 컴퓨터 알고리즘을 공부했어요. 지금은 머신러닝이 신경망이라는 패러다임으로 많이 넘어왔는데,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이제 서포트 벡터 머신이라고 심플한 알고리즘이 있었어요. Decision Tree, SVM같은 선형 회기 분석를 공부했죠.
호기심의 충족 영역이군요.
가장 오랜 취미가 사진인가요?
맞아요. 사실 카메라는 초등학교때부터 똑딱이라고 해서 버튼 하나만 달려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놀았거든요. 카메라를 제대로 사고 나서부턴, 달, 별, 은하, 오로라 사진을 찍었죠. 결혼 사진, 스냅사진도 찍구요.
취미가 일이 되기까지의 과정들이 궁금해요.
돈 받으면서 일하다 보니까 일이 됐어요. 사진들을 올리다 보면 컨택이 와요. 그리고 아는 사람들도 생기고요. 그 분들이 어시가 필요하다. 하면 일을 하게 되는거였어요.
주로 찍었던 사진들을 보여주세요.
오, 이정도로 크게 보이는 사진을 어떻게 찍는 거예요?
상대적인 개념이에요. 100원짜리 동전으로 태양을 가리는 방법은, 동전을 내 눈앞에 갖다 대는 거죠. 마찬가지로 내가 보는 달의 크기는 변하지 않아요. 달은 엄청 멀리 있으니까요. 근데 남산타워는 멀리가면 작아보이죠. 그럼 남산타워가 작게 보일 위치로 가는 거예요. 거기서 500mm로 찍고 크롭 했던 것 같아요.
지나: 오 재밌네요.
지나 : 달이 원하는 위치에 있고, 사라지는 것까지 몇 분이 걸려요?
성필 : 정중앙에 오는 순간이라고 한다면 3분이 채 안 되구요. 살짝 벗어날 때까지 10분정도 찍을 수 있어요.
오로라는 언제 찍은 건거예요?
성필: 대학교 3학년때 캐나다에서 오로라 투어 가이드 겸 포토그래퍼로 일했어요. 저녁 10시쯤에 출발해서 새벽 한 3시까지 사람들에 사진을 찍어줘요. 그러고 나면 혼자 오로라를 찍으러 다녔죠.
지나: 오로라를 실제 보면 다른가요?
사람 눈으로 보면, 이정도도 구름이 떴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실제로 사기 아니야 하시는 분들도 있구요. 그럴때는 은하수랑 같이 찍을 수도 있었어요. 여름에 볼 수 있는 풍경들이랑 겨울에 볼 수 있는 풍경들이 다 달라요. 여름에는 호수에 비치는 모습을 볼 수 있고요. 진짜 강한 오로라는 겨울에 많이 뜨는 것 같아요.
지나: 얼마나 다녀온거예요?
오로라 가이드로는 7개월 일했어요. 그뒤, 177일간 세계일주를 했어요. 총 386일간의 유랑이었죠.
세계일주 시작에는 어딜 갔나요
오로라 가이드는 캐나다에서 한거 였어요. 출발이 캐나다였고, 그 뒤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라스베가스, 이렇게 돌고 마이애미에 가요. 그다음 리오로 가서,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멕시코 한 바퀴 돌고요.
뉴욕 보스턴 워싱턴 돌고 런던으로 가죠. 그다음 프랑스랑, 포르투갈, 스페인. 로마로 넘어갔다가,
이집트, 스위스, 이탈리, 헝가리, 보스니아, 터키... 쭉 돌고 카타르, 홍콩, 일본 찍고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주로 어떤 사진들을 찍었어요?
어떤 장소, 장면으로 찍겠다가 정해져 있는 곳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들도 있어요. 뉴욕에서는, 장면을 줍고 오자가 목표였어요. 지나칠 수도 있는 풍경들을 담는 거죠. 색이 변하는 것도 설레여요. 록펠러 센터 타워 위에 올라가서 밤이 되길 기다리면서 풍경이 변하는 걸 보던 순간도 기억에 크게 남아요.
사진에서도 색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바로 위 사진은 뉴질랜드의 와나카 호수라는 곳이에요. 이날 해를 제가 등지고 사진을 찍는데 해가 보라색 빛으로 올라오는 게 보였어요. 이날은 분홍색과 보라색이 먼저 들어와서 그걸 잡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색과 시간별로 변하는 그림자의 단단함 같은 걸 봐요. 해가 뜨기 시작할 때의 빛의 질감과 12시를 향해 갈 때, 그리고 해가 지기 직전의 질감은 다 달라요. 그래서 여름 초가을에 해질녘, 논밭길에 딱 반팔에 진짜 얇은 아우터 하나 걸치고 돌아다닐때가 사진 찍기 딱 좋은 때 인거 같아요.
여행에서는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모르던 걸 알게 된다라는 거는 정말 큰 힘인 것 같아요. 할 얘기도 많아지고 그러면 길가다가 지나치는 그 풍경들이 나한테 의미가 있는 순간들이 되고요. 어느 순간 나만의 특별한 취향이 만들어지죠.
예를들면요?
성필 : 저는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레인지도 진짜 넓구요. 그래서 친구들이 제 맛집 리스트 막 털러 가거든요. 세상에 알고 있는 음식이 많다면 지나가면서 지나치지 않고, 맛있다 알 수 있잖아요.
학생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게 다른 사람인 것 같아요?
학생때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조금 방황을 하던 사람이었고 지금은 제가 뭘 좋아하는지 조금은 이해한 것 같아요. 그땐 남들 좋다는 걸 따라해도 불만족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남들이 안 좋다고 해도 제가 좋아하는 경우는 되게 많거든요.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삶은 어떤가요?
내가 원하는 거 원하는 때에 즐길 수 있다면 그게 충분히 멋있는 삶인 것 같아요.
근데 어디까지가 제 만족의 효용인지를 알고, 그 효용에 딱 맞춰서 쓰는 돈만 있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여행중 1박에 3만 원짜리 숙소에서 자면서 여행할 수도 있고요. 1박에 100만 원짜리 숙소를 자면서 여행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렇지만, 내가 3만 원의 효용을 느끼면 3만 원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봐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루어 진다 믿나요?
사실 인생에 굴곡이 없었던 거 같아요. 저는 대단한 실패를 겪어보지도 않았고, 제가 가진 능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만나지도 못했어요. 노력하다 보면은 지나고 보니까 해결된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이 중요해요. 그걸 어떻게 해? 반문하면, 왜 안 돼 ! 하고 그냥 해내는거예요.
찍지 않았지만 기억나는 순간은요?
이스터섬의 수평선에는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있어요. 하늘과 땅에 경계가 보이지 않아요. 바다엔 배 하나 없었구요. 그 위로는 뭉게구름뿐이었죠.
지나: 왜 남기지 않았나요?
성필: 그대로 담기지 않을 거 같았구요. 어떤 장면들은 굳이 카메라로 찍을 필요가 없는 장면들이 있어요. 너무 사사로운 장면들이지만 나한테는 의미가 있는 장면들이면, 기억에 남잖아요.
지나: 오히려 어떤 것들은 남기지 않아도 좋다.
성필: 그럼요. 모든 걸 담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지나: 평소에 기록을 어떻게 하는 편이에요?
성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생각해요.
지나: 남이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나요?
성필: 그럼요. 전 제가 바라보는 시선에서 관찰자로 살고 싶어요. 저만 이해해도 돼요. 누군가한테 납득시키지 않아도 돼요. 저한테 의미 있으면 그걸로 끝.
세계 여행 후 적응도 괜찮았나요?
꽤 오래 걸렸어요. 제가 군대를 갔다 오고 바로 출국을 해, 복학하니 3년만에 찾은 학교였어요. 결국 한학기 가량을 통으로 적응하는 데 쓴 것 같아요. 수업이 머리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뭔 소리지 이러면서.ㅋㅋ
세상이 넓다고 요즘도 느끼나요?
사실 요즘은 그렇게 넓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운 것 자체는 많다고 느껴요. 아직 제가 가보고 싶은 곳은 진짜 많고요. 시간적으로든 금전적으로는 여유가 안 돼서 못 하는 것도 조금씩 있고요.
여행에 대한 위시리스트도 아직 남아있나요?
그럼요. 몽골에서 별 보는 것, 또 마다가스카르 바오밥 나무, 케냐에서 야생 동물들. 제 눈으로 보고싶어요.
그럼 한 10년 뒤에 나는 뭘 할까요?
지인들은 저를 보고 되게 인생을 되게 재미있게 다이나믹하게 산다 하는데, 그때는 더 그러지 않을까요? 전 제가 세계 유행을 2023년에 다녀 올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언젠가 갔다 오겠지 하면서 가고 싶은 곳들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모았고, 꾸준히 돈도 모았고, 떠날땐 과감하게 도전을 했고요.
한 10년 전과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다를까요?
조금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세계여행 전에 2019년도에 뉴질랜드 여행을 다녀온 게 큰 시발점이었어요.
그때 세상이 이만큼이나 넓고 되게 낭만을 챙기면서 사는 사람도 많구나. 그리고 생각보다 꿈들을 이루는데 엄청난 결심이 필요하지 않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나 : 엄청난 결심이 필요 없다.
성필 : 세계 여행의 꿈이라고 한다면, 뭐 언제 이만큼의 돈을 모아서 이때쯤 가야하고, 그리고 좀 아직은 조금 준비가 덜 됐어.하는 그런 마음이 필요가 없단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지나 : 맞아요. 꿈을 이루는 데 생각한 것만큼 계획이나 결심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인터뷰어 [식부름지나]
여러분은 인생에서 어떤 것을 꼭 보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까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와의 이야기에서 재밌었던 이야기는, 인생에 큰 실패가 없다라고 느끼는 점이었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너무 말랑이 같이 조금만 실패를 느껴도 좌절하지만, 반면에 좀 강한 건, 리질리언트라 하잖아요. 힘든 순간에도 실패가 아닌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으로 치환해 나가며, 해낸 걸 수도 있구요. 이 대화를 통해 리질리언트한 태도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상기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꿈은 무엇이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off the record
성필:그러니까.. 지나님 스토리는 무언가 노력해서, 잘하는 사람들을 쓰는 거 같은데
제 이야기는 재미없을거예요. 저는 되게 평탄한 삶을 살아왔거든요. 인생의 큰 실패도 없었던 거 같아요.
지나: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성필: 세상의 관찰자쯔음 되지 않을까요?
지나: 벌써 재밌는데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성필님 인스타그램에서 그의 사진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