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편. 포기한 만큼 얻는, 욜수기
안녕하세요.
식부름지나입니다.
전 최근 회사와의 계약이 끝났어요. 한 달 동안 ‘내 타이틀이 없다’는 사실에 조급함을 느끼며, 다음 단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다보니, 하나하나 당락에 좌절도 하고 당장 해야 될 것 같은 일을 못 한다는 기분도 들었거든요. 아직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만, 이런 시간을 통해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그 과정 중 욜수기님을 만났는데요.
욜수기는 사실 정수현님의 닉네임입니다. 95년생 정수현님의 이력은 광고대행사에서 시작해 대기업 공채를 거쳐 스타트업에서 PM과 CoS로 활동하시다가 창업을 했는데요.
근데
재밌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나요?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색해보며 5개 주제로 나누었습니다.
1. 좋아하는 걸로 돈 벌수 있나요?
2. 당장 있는 건 펜과 노트북
3. 기회는 예상치 못한 날 찾아온다.
4. 대기업 공채신입, 5개월째 퇴사하다.
5. 그 다음을 향해 나가며
-- 새로 배운 내 일의 정의
-- 나는 어떤 사람인가?
--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을 까?
-- 나는 왜 계속 하는가?
이번 에피소드는 직업적 정체성의 변화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거예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지금 그 대화로 소개드릴게요.
1.
수기 음.. 맞아요.
지나 그 시작이 언젠가요?
수기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올린건 17년부터죠. 음악에 대해 썼어요. 문화산업과 콘서트를 좋아했거든요.
지나 원래부터 음악을 좋아했나요?
수기 아뇨. CPA시험을 3년 공부하다 떨어졌고, 얻은 게 있다면 페스티벌 음악을 좋아하게 된 거예요. 공부하며 공연을 보러 다녔거든요.
지나 시험 후부터 관심을 가진가요?
수기 이제 하고 싶은 거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공연기획 세미나]에 갔어요. 공연 기획사 대표님이라든지, 총연출 감독님이 조언을 해주시는 자리였는데, 한결 같이 아래부터 밟아 나가라는 거예요. 근데 저는 급하거든요. 처음엔 답답한 마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지나 글은 어떤 주제였나요?
수기 처공연 리뷰로 시작했다가 주제를 하나씩 잡고 쓰고 싶었던 것들을 쓰기 시작했어요. 공연은 서른 번씩 가버릇 하니까, 너무 잘알았죠.
2.
지나 써지는 건 재능이었나요?
수기 마음이 있고 없고의 차이였던 것 같아요. 쓰겠단 마음 이후엔 영감을 더 받고 다녔어요.
지나 어떤 주제들로 썼나요?
수기 "어떤 관객들이 이 공연에 올까?"라는 주제로 글을 썼어요. 공연 전 오프라인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일종의 상상이었죠.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할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거였어요.
지나 기획은 어떻게 실행에 옮겼나요?
수기 공연에 함께 가던 사람들로부터 설문을 받아 그들의 불만사항을 파악했어요. 다들 상세히 응답해 주었고, 그것이 기획글의 출발점이었죠. >당시 브런치글
3.
지나 그때 가장 반가운 제안은 뭐였나요?
수기 카카오 멜론으로부터 에디팅 작업 제안을 받았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6회 분량의 작업이었는데, 계속해서 연장하며 작업했고, 이후 청춘 페스티벌의 라인업과 전반적인 방향성, 차별점을 기획할 기회도 있었어요.
지나 정말 원하던 일을 하게 되었네요.
수기 그쯤 광고대행사에 있다 대기업으로 갔어요.
문화 기획 분야에서 더 큰 도전을 하고 싶었고, CJ ENM 라이브시티 공채 2기로요. 거기서는 해외 전시 유치와 국내 어트랙션 설계 작업을 맡았어요.
지나 합격의 결정적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수기 PT 면접 문제가 공연기획이었는데 그당시 ‘짐보관 라커’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했어요. 이때 관객 수용 가능성과 재방문을 유도하는 요소까지도 세심하게 기획했어요. 제가 페스티벌을 다니며 실제 관객들 의견을 듣고 분석한 경험 덕분에 확신이 있었죠.
그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지만, 저의 길을 찾기 위해 다시 나아가기로 결심했어요.
4.
지나 그러면 가고 싶은 곳이 아니었나요?
수기 아뇨,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 받았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저는 제 일의 과정이 더 궁금했어요. 그래서 경력이 7년, 10년차인 선배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과 조언을 듣고 다녔죠.
지나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되었나요?
수기 "한 사이클이 10년 걸린다"는 말이었어요. 공연 기획이라는 업무는 단순히 문화 산업의 일부가 아니라, 공간을 운영하는 사업이기에, 지속해서 개선하며 결과물을 만들어간다는 것이었죠.
지나 어떤 점이 불만족스러웠나요?
수기 제게 "안정"이란 매달 월급이 들어오는 것을 넘어서, 어떤 상황에서든 다른 선택지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해요. 제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했고,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를 고민하다 IT 산업으로 눈을 돌렸어요.
지나 그때가 몇 년도였어요?
수기 그게 21년 초예요.
지나 코로나 이후, it 플랫폼 성장이 최고 붐일때네요.
5.
수기 그 후에 대학내일 NHR 에 3년차 PM 자리로 갔어요.
34개 정도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하다가, 두 달 정도 준비해서 한번 더 이직을 했어요.
그동안 저는 광고 대행사에서 문화 업계로, 그리고 it 업계로, 또 it 업계에서 직무도 바꿔요.
그 후에 간 자리는 코드스테이츠 CoS(chief of Staff)자리였죠. 2년간 하고, 지금은 창업을 했어요.
지나 새로운 시작 앞에서 어떤 말들을 믿는 편인가요?
수기 '뭐든 두드리고 있으면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나 두드리면 기회가 올 거야.
수기 다 다 의미 있다. 다 의미가 있다. 그냥
지나 그 때는 알지 못아도 의미가 있다.
수기 다 남는다.
손쉽게 버린 것만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버려야지만 할 수있었고, 계속 한거죠.
지나 그럼 어디까지 성장할 겁니까?
수기 저는 다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한 종착지로 끝나지 않는 거 같아요.
지나 그럼 지금 돌이켜 봤을 때, 다른 곳을 가도 했을 것 같다라는 자신감도 좀 있는 거죠?
수기 길은 달라져도 잘못 가는 길은 없는거죠. 면접 과정에서도 엄청 많이 얻어맞고 배웠던 기억이에요.
지나 그래도 채용 과정에서 배웠다는 건 좀 역설적인데요.
수기 준비하는 과정이 엄청 의미가 있어요. 나에 대한 정리도 되고, 회사에서 필요한 역량도 고민하며 내 검증도 되죠. CPO님과 면접을 세시간 동안 봤어요. 처음에 “PM이 어떤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를 질문하셨어요. 대답할때마다 반문을 하면, 저는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지나 그 답은요?
수기 2시간 반 정도 됐을 때 '망했다. 여기는 내가 못 가겠다.' 하고 내려놓고 얘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분이 제 대답을 마음에 들어하시면서, 사실 'PM은 문제 정리만 잘하면 된다' 말씀하시는거예요.
지나 와 저도 같이 띵해지는데요.
수기
수기 그 후에는 코드스테이츠 CoS 로 오게 됐어요. Cheif of Staff는 직역하면 비서실장.
잘 몰랐지만, Job Descrition(JD)를 읽었을 때 CPO(Chief of Product)랑 붙어서 일을 하는 롤인거예요.
지나 PM의 헤드랑 같이 일하는 포지션이네요.
수기 CPO님이 매니지먼트 전략, 그리고 제품적인 고민을 할때 같이 디스커션 파트너가 되어주는 거나, 필요하면 그 분 하위 매니지먼트에 있는 일들의 의사결정을 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지나 그때 느낀 역량은 무엇이었나요?
수기 거기서 필요한 건 깡따구 아닐까 합니다.
나보다 훨씬 더 업력이 많은 사람들한테 의사를 전달하고 설득하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새 환경에서는 '얼마나 빠르게 배우고,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영역을 해요.
지나 요즘 관심 갖는 영역과 사업은 어떤 일인가요?
수기 콘텐츠 비즈니스 자체에 대한 관심이 엄청 많아요. Generative AI를 기반으로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 제작부터 다양한 플랫폼에 배포하기까지의 프로세스 최적화를 돕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지나 가지고 싶은 타이틀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수기 사업가로서의 타이틀을 얻고 싶어요. 최근 한 2년 정도 스타트업이 어려운 시대지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싶어요.
지나 it 플랫폼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나요?
수기 니치한 타겟들을 잡고 정말 그 사람들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주는 서비스들도 많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숫자가 과하게 많았던 거 같아요. 밖에서 봤을 때는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일 수 있다는 생각도 있죠.
지나 창업 후 겪은 고민과 생각에 대해 말해줄 수 있나요?
수기 창업 초기에는 선순환 구조 만들기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비용이 증가하면서 투자 유치에 신경쓰기 시작하며 예상 외 시간 소모가 길었어요. 하지만 작년 말, 팀원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창업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어요.
수기 그리고 과거의 경험들, 업무에서의 성과들 모두 제 역량을 증명하는 기록이 된다 느껴져요. 투자 유치 과정에서 전 회사의 CIO로부터 받은 도움이 있었는데, 그 분과도 '업무적 신뢰' 가 있어 서로간 누구든 소개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주변의 여러 격려로 제 가치를 인식하며 감사해하는 거 같아요.
지나 사회적 나와 학창 시절의 나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수기 제일 친한 이들은 사실 페스티벌 놀러 다니는 저를 더 강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보다 바깥 바운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저를 일과 성장 욕구 큰 사람으로 보지만요.
지나 사회 생활의 나와 학창시절 이어져온 나네요.
수기 성장 욕구만 말하면 이질감도 조금씩 들잖아요. 저라는 사람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어느정도 성취를 이룬 다음에는 다시 스포츠 문화 산업 쪽으로 갈 것 같아요. 그게 가장 좋으니까요.
지나 그런 수기님은 어떤 말을 듣는 거 같나요?
수기 딱히 없지만, 흐뭇하게 봐요. '너 다워졌다.' 하는 얘기를 듣는 편인 것 같아요. 지금이 고민도 엄청 많은 시기인 것 같은데 이것저것 해보고 있는 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잘 해 봐라.' 라는 식의 반응들도 있구요.
지나 늘 나라는 사람 자체를 봐주는군요.
수기 '뭘 하든 그게 너랑 잘 어울려 보인다'.
지나 인생의 멘토가 있다면요
수기 노홍철님이요. 제가 좋아하는 일과 돈이 되는 일 사이에서 고민을 질문 드린적이 있어요.
그때 노홍철 님이 당연하게 '좋아하는 거를 잘하면 돈이 된다.' 는거예요. 그게 좋아하는 일을 미친 정도로 좋아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말 안 해도 보인대요.
홍철님은 여행을 너무 좋아해 방송인이 되기 전에 여행사를 찾아갔다고 해요. 다 퇴짜를 맞다 한 곳에서 해보자했고 그게 대박이 나 당시, 홍철님 아버지 연봉보다 한더 많이 벌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다음 방송인이 되고 싶어 길거리 리포터부터 시작했구요. 그러다 무한 도전을 하고 지금은 사업가로 북카페를 열었잖아요. 또 베렌젤리스 총판을 받으셨대요. 이처럼 열정을 갖고 도전을 하는 모습이 제게 큰 영감을 줘요.
지나 수기님에겐 어떤게 그 열정이가요?
수기 코로나 기간 동안 공연이 없었을 때가 제 인생 중 일을 제일 열심히 하고 있던 때였어요.
그러다 코로나가 끝나고 페스티벌에 처음 갔을 때, 제가 얼마나 이 공연문화를 좋아했는 지 다시 느끼고, 원래의 제 자신이 자리에 돌아오는 느낌이었어요.
지나 좋아하는 일에 대한 인식이 큰 힘이군요.
지나 앞으로 삶의 방향은 어떨까요?
수기 전 진짜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일 거 같아요. 앞으로 실력을 쌓고 증명하는 거예요.
사실 제가 중학교 때부터 농구를 좋아했고, 선수를 했어요.그 때 느낀 차이는, 운동 선수들에게 긴 시간 훈련이 자랑이란 거예요.
지나 왜요, 훈련과 득점이 큰 연관있나요?
수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의 3점슛 성공률은 대략 40% 정도에요. 10번의 시도 중 4번만 성공한다는 건 그리 높지 않은 득점이같잖아요. 하지만, 이게 결과를 좌우하는 거예요. 늘 좋은 폼을 유지하는 것이죠.
저도 앞으로 진정으로 재밌는 것을 찾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집중할 거 같아요.
인터뷰이 [욜수기]
매일 글쓰기 계정: @yoll_daily
STAY FESTIVE / 성사오 830 지킴 / ‘사실상’ 성수주민 / #striveforgreatness
인터뷰어 [식부름지나]
인생은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욜수기님과의 대화 후, 쉽게 포기하지 않지만, 필요할 때는 결단력 있게 놓을 줄 아는 그의 태도가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았다면,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망설임 없이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용기. 그 태도에서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각자의 길을 걷는 여정에서, 여러분은 어떤 발견을 하셨나요?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