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사이좋은 자매가 되거라"

자매싸움량보존의 법칙

 실제로는 2살 차이이지만 내가 연년생이므로 사실상 1살 차이. 정말 많은 것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나이 차이이다.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우리는 많은 것을 공유하며 생활 해왔다.

 엄마는 자매의 우애를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셨다. 엄마, 아빠가 죽고 나서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사실상 자매 둘 뿐이라는 것. 그러니 늘 동생은 언니를 존중하고, 언니는 동생의 부족한 부분을 챙겨주며 살아가야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자식을 내 마음같이 키우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는 정말 미친 듯이 싸웠다. 이유가 너무 하찮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원래 모든 싸움은 하찮은 것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면,

- 내가 먼저 물 달라고 했는데 언니(동생)가 먼저 마셔서

- 내가 손 씻고 있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들어와서 수도꼭지에 손을 들이밀어서

- 지금 내가 쓰레기 버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쓰레기 버리라고 말해서

 사소한 언쟁이 큰 말싸움으로 번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보다 못한 엄마는 중재에 나선다. "그만! 언니! 너는 동생한테 그렇게 말하면 돼?, 동생! 너는 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그러면 쒸익쒸익 거리며 서로 말한다. "봐라! 엄마가 언니 (동생) 탓이라잖아!" 다시 싸움은 시작된다.

이렇게 사이좋다가도 돌아서는 데는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루는 이렇게 싸우는 우리를 보고 엄마는 말씀하셨다. "느그 언제까지나 그렇게 붙어서 살 것 같지? 나중에는 같이 살고 싶어도 같이 못 산다! 그러니까 제발 같이 지내는 동안이라도 사이좋게 지낼 수 없겠니?"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밤에 언니랑 같이 침대에 누워 서로 떨어져 지내는 날을 상상해보고는 했다. "언니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대학교 가면 우리 진짜 떨어져서 지내야 된다 그치? 이상하겠다 그치?"

 하지만 엄마의 예언은 딱 1년 뒤에 무너져 내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언니가 갔던 중학교, 고등학교도 모자라 대학교까지 따라가게 됐기 때문이다. 원래 인생이라는 게 그렇더라. 정말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게 인생이라더니. 그렇게 우리는 자매 버프와 대학교 측의 배려로 같은 대학교 같은 기숙사, 같은 방에 안착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안도하셨다. 작은 딸을 독립시키려니 걱정되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언니가 있는 곳으로 가니 한 시름 놓아진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 안도감은 나중에 더 큰 시련감으로 부모님을 찾아가게 되는데.

 그렇게 우리는 딱 1년 만에 다시 붙어살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한 지금까지도 우리는 붙어살고 있다. 개인 공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방 한 칸. 싸워도 한 명은 침대에 올라가 등을 돌리고, 한 명은 바닥에 누워 등을 돌리는 게 최선인 방 한 칸. 그곳에서 2명이 살고 있으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그래도 같이 살 수 있는 건 역시 동생인 나의 배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사실 이 글은 착하고, 배려심 많고, 이해심 넓은 동생 시점으로만 철저히 쓰여질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