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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딸랜드 Nov 17. 2019

그 사람은 촉이 남달라

 촉각을 무시하지 않겠습니다

지인 중의 한 분이 대수술을 앞두고 병원에 입원하셨다. 문병을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두 사람이 걸어온 안부전화 이야기를 해주셨다. 


A는 촉이 발달되어 있는 것 같아.

평소에 전화 안 하다가 내가 어디가 아프기만 하면 전화한단 말이야

B는 촉이 남달라

어쩜 그렇게 귀신같이 알고 내가 입원할 때마다 연락을 하냐고. 신통방통해.


먹는 것에 대해 촉이 남다른 사람이 있다.

일복은 없어도 먹을 복이 많은 사람들이다. 내내 일하고 있을 때는 안 보이다가 먹을 때만 되면 갑자기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촉은 흔히 말하는 촉각에서의 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듯싶다. 


촉각이 발달되어 있는 사람은 예민하고 섬세하고 변화에 대해 빨리 인지한다. 그만큼 다양한 자극을 많이 경험하였고 자극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것이다.  촉지각이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 더 명확한 표현일 것이다.  


촉각이 유별나게 발달한 동물이 있다.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개와 고양이는 물론이다.  

원격 촉각을 가지고 있는 물고기들은 몸통 옆 쪽의 측선을 통해 멀리서 발생하는 조그마한 움직임까지도 음파탐지를 한다. 박쥐는 되돌아오는 초음파를 감지한다. 거미는 공기의 진동으로 먹잇감의 위치를 알아차린다. 곤충들은 비행방향이나 작은 날갯짓도 감지한다. 코끼리는  커다란 발로 진동을 감지한다. 

모두 촉이 뛰어난 동물들이다. 이 발달된 촉은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변화를 빨리 알아차려서 대비하게 만드는 결정적 장치이다. 


뭔가 안 좋은 예후가 일어나는 것을 남보다 빨리 인지하거나 남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심지어 무시할 때에도 이상한 기운을 눈치채는 사람이 있다. 평상시에는 어리바리한 것 같은데 심상치 않은 변화가 나타 날 즈음에는 분명하게 변화의 조짐과 낌새를 알아차리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촉이 남다르다고 이야기를 한다.

모두 변화를 감지하고 변화에 대비하는 능력이 뛰어난 자들이다. 

촉각은 그 대상이 있어야 분명히 느끼는 감각이다. 대상의 부재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감각이다. 단지 외부의 물리적인 자극뿐 아니라 내 신체 피부 속까지 꿰뚫는 통각까지 감지하는 것이 촉각이다.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것은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고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스스로를 지켜나가고 안정을 취하며 보호하고자 기능하는 것이 촉각의 놀라운 힘이다.  

그게 어디 눈에 보이는 몸뚱이뿐이랴.


촉각에 대해 눈을 뜨게 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여기 하나하나 경험한 사건들을 풀어가면서 왜 여태 촉각을 무시했는지 촉각에게 인사하고 말았습니다. 

촉각을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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