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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나의 애증의 도시

인생의 파도 - 스트레스 관리

by Youmi Sa

Barcelona, Love and Hate relationship


각자의 마음속에 하나쯤은 존재하는 애증의 도시가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 도시는 바르셀로나인 것 같습니다. 떠나면 그립고 돌아오면 미운, 끊임없는 밀당을 하게 하는 도시이지요.

Hyper-nomad? Boundaryless-nomad? Omni-nomad? 전 세계에 7개의 집이 있고 7개의 도시, 3개의 나라, 2개의 대륙을 왔다 갔다 하는 저를 뭐라고 규정해야 할지 사실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노마드는 언제든 돌아갈 한 베이스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저는 7개의 집이 다 베이스이니까요. 그렇지만 굳이 서류상 베이스를 꼽자면 그건 스페인 바르셀로나입니다. 좌충우돌 끝에 2019년 11월 공식적인 저의 노마드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유럽 지중해 도시들은 제가 예전에 일했던 분야가 발달하지 않았기에 기존의 커리어의 지속성은 불가능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열정과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그 시작은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의 노마드 생활은 바르셀로나의 삶을 인정하지 못하고 기존 커리어를 포기하는 과정의 스트레스 관리 실패로 인해 돌발성 난청과 함께 시작되었지요


인생의 파도 - 스트레스 관리


그렇다면 왜 저는 스트레스 관리를 실패해서 돌발성 난청까지 겪었을까요? 사실 이 질문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답을 찾을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어떤 병이든 누구에게나 준비되지 않았을 때 언제든지 올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최대한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도록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돌발성 난청 이후 저는 난생처음 테라피스트를 제 발로 찾아갔습니다. 제가 놓친 부분이 있는지, 제가 모르는 저에 대해서 알아야 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요즘 누구나 다하는 MBTI 같은 성격검사부터 적성검사, 진단검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다 해봤습니다. 테라피스트가 했던 말 중에 지금도 와닿는 말이 있는데 저는 굉장한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고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을 못하기에 최선을 다해 싸운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끊임없이 몰려드는 파도를 가둬두려 한다는 것이죠.


그때는 그 말이 잘 안 와닿았습니다. 그 이후도 저는 Mindfulness 수업, 명상 수업, 호흡수업 등 뭐든지 마음에 관련된 것이라면 다 해봤습니다. 심지어 마음을 공부해보고 싶어서 불교도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걸 배움과 학문으로 접근하는 저의 특성상 정작 저의 마음에는 소용이 없더라고요. Being present, focus on you. 이 쉬워 보이는 문장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사실 각자에게 맞는 명상 방법이 있겠지요. 앉아서도 할 수 있고, 누워서도 할 수 있고, 뛰면서도 할 수 있는 명상은 반드시 정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먼 훗날 클래식 필라테스를 접하고 저의 명상은 동적인 움직임, 그중에 필라테스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고서야 알았습니다. 이는 나중에 750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클래식 필라테스 인스트럭터 자격증을 따는 것으로도 연결됩니다.


지금은 거친 파도가 몰려올 때 잡으려 하지 않고 서핑을 하기 시작한 거 같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균형을 잃지 않고 서핑보드에 있을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서 기쁘기도 합니다. 물론 서핑보드에서 떨어지는 날도, 나보다 더 큰 집채만 한 파도가 저와 서핑보드 위로 덮치는 순간도 있겠죠.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서핑보드에서 떨어지면 다시 수영해서 올라가면 된다는 것을. 그것을 위해 몸과 마음의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몸의 근육만큼 마음의 근육도 중요하다는 것을. 몸과 마음의 건강은 양면의 동전입니다. 그걸 잊지 않고 우리 스스로의 회복 탄력성을 기르기 위해 저는 오늘도 요리하고 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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