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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빈 Oct 25. 2020

외로움이 흘러가는 방향은 가늠하기 힘들다

사랑스런 사람들 외로워서 사랑스런 사람들 

- 김목인 <그게 다 외로워서래> 


기쁨, 슬픔, 울적함, 화남 같은 감정들. 외부의 어떤 자극으로부터 생겨나는 감정들은 비교적 쉽게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가만히 있다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혼자 있을 때 지독한 우울로, 어떨 때는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으로, 폭발로, 회피로. 집에 간다하고 또 다른데 간 것도, 이 시간까지 남아 귀를 기울이는 것도, 사실은 다 외로워서다.*

외로움은 대개 ‘외로워서 그렇다는 걸’ 모르고*, 대개 감정을 느끼기보다 어떤 행동을 하게 된다. 깊은 외로움일수록 마음 속에 숨어버리고, 이성이 가닿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런 외로움은 언제나 외면하고만 싶다. 꾹꾹 눌러담은 외로움이 파편화된 감정들로 쏟아질 때, 우리는 가끔 이것이 나에게서 오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것이라고 탓하고만 싶어진다.

여기서, 내가 외부로부터 느끼는 감정과 외로움에 의해 파생된 감정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외로운 사람은, 사실 감정의 정당성을 잘 모른다. 이를테면, 내가 화가 나는 이유가, 그 사람이 진짜 잘못해서인지 내 마음이 베베 꼬여있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어떤 감정이든 외로움이라는 필터를 거쳐 형성되는 것만 같다. 내 감정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너무 쉽게 전가시키는 것도 외로움이고, 내 감정을 도통 몰라 응당 느껴야 할 감정까지 지연시키는 것도 외로움이다. 전자는 너무 쉽게 화를 내고, 후자는 좀처럼 화내지 않는다. 나는 대체로, 후자의 습관을 가진 사람이다. 분노를 느껴야 할 때를 깨달으면 이미 늦었고, 나의 감정이 누군가에게 확인 받아야 하며, 그런 정당성을 수도없이 머리속에 곱씹어보곤 하는 인간이니까. 그러나 또 가끔, 만만한 상대(대개는 남자친구)에게 옛다 싶어 전가시키곤 하는 감정들도 있다. 왜 이렇게 연락이 없니, 감정이 벌써 짜게 식어버린 거니- 같은 류의.

이렇게만 보면, 외로움이 너무 부정적이지만, 나는 외로움만큼 긍정적이고 활기찬 감정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했던 남자들은 하나같이 본인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지 못했다. 본인의 감정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타인의 감정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온, 본질적으로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나는 줄곧 그 관심들이 나에게만 오롯이 집중되도록 오만 노력을 다하면서 연애를 해왔는데, 그 사람을 프로파일러급으로 관찰하고 아주 소소한 것부터 진심을 다한 나의 노력들이 결국 그들의 마음을 나로 향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런 것은 쌍방의 노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 역시 '나'의 면면을 끝없이 관찰하고, 맞추기 위해 노력했을 테니까. 그것이 내가 연애를 하는 방식이었고, 연애를 할 땐 다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였고, 연애에 목숨을 거는 배경이었다.

가끔, 외로움이 없었던 것 같은 확실하고 티없고 말끔한 사람을 볼 때면, 나는 그들의 인생은 꼭 방향이 일관되게 정해진 것만 같이 느껴진다. 스스로를 변화시킬 필요도 없고, 그대로 쭉- 밀고 나가면 되는, 화창한 날씨에 알맞은 바람을 일정하게 맞고 있는 돛단배처럼.

나는 즉흥적이고, 자기검열적인 양가적인 태도로, 나에 대한 아무런 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외로움이 고개를 치켜들어 나를 새로운 사람에게로 인도하고, 새롭게 영향을 받게 하며, 나를 변화시킨다. 그것이 외로움이 일관되게, 나를 이끌어 온 방향성이다.

나를 버리고 기꺼이 타인에게로 향하는 것이 외로움이 가진 방향성이다.

그래서, 외로움이 흘러가는 방향은 가늠하기 힘들다.   

김목인의 <그게 다 외로워서래>를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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