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

남수단 파병군인의 코로나 이전 마지막 이탈리아 여행기

by 헌낫현


"그때가 마지막 기회였다"
지금 이탈리아에 갔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거다.

나의 첫 유럽 여행은 동유럽이었다.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형이 외교관 부모님과 함께 세르비아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향한 곳이었다. 세르비아는 낯선 곳이었다. 처음 듣는 곳이었고, 유명한 여행지도 아니었다. 여행비가 부족한 탓에 무작정 그곳으로 향했다. 가까웠던 헝가리도 들렸다. 그때가 2017년이었으니, 꽤 긴 시간이 흘렀다. 힘든 여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본 건물들이 폐허 같았다. 공항도 크지 않았다. 당시에 “인천국제공항이 좋은 곳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흔들림이 심한 저가항공을 타고 긴 시간을 비행한 탓에 도착하자마자 배탈에 시달렸다. 시차 적응으로 낮에는 졸리고, 좀 멀쩡해질 때면 새벽이 다 되어있었다. 큰 기대를 품고 간 첫 유럽여행은 그야말로 ‘데였다’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헝가리는 세련된 관광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는 BC 시절이라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마스크로부터의 자유가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놀랍다. 동유럽 풍경은 내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물가도 저렴했다. 하루 세끼를 고급스럽게 먹어도 10만원이 안 나왔다. 그때 언젠가 다시 유럽으로 와 제대로 여행하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오지 않는 기회. 군인이었던 내가 유럽으로 휴가를 가겠다고 결심한 이유였다. 나는 남수단에 파견된 파병군인이었다. 병사들은 보통 한국으로 휴가를 갔고, 부대 내에서 해외로 휴가를 신청한 사람은 나뿐이었다. 주변에서는 전역하고 마음 편하게 여행을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렸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왠지 이 기회,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12분 35초 즈음부터 베네치아가 등장한다.

군인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갈 수 있는 국가가 많지 않았다. 외교부에서 지정 1단계 여행 유의 이상의 국가는 갈 수 없었다. 그러다가 뮤직비디오 한 편을 봤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였다. 나는 그 순간 이끌리듯 이탈리아에 가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로마, 네 도시에 다녀왔다. 도시마다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찾아왔다. 내게 이탈리아는 코로나 이전(BC, Before COVID19) 마지막 유럽여행이 됐다. 아찔하다. 항상 떠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떠나지 않기로 했다면 많이 후회했을 거다. 그때 시간을 되새기며 브런치에 기록해보고자 한다. 코로나 이후(AC, After COVID19)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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