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가 최애 여행지인 이유

남수단 파병군인의 코로나 이전 마지막 이탈리아 여행기

by 헌낫현

어릴 적부터 나와 엄마는 가끔 여행을 갔다. 엄마도 그렇고 나도 항상 바쁜 사람이라서 계획을 잘 해서 여행을 떠나는 경우는 없었다. 일본에 갈 때도 나는 하루 전날에 알았다. "일본 갈래?" 하면 바로 다음 날에 떠나는 식이었다. 갑작스럽게 간 홍콩에서 우리나라가 독일을 이기는 축구경기를 봤던 기억이 소중하다. 갑자기 떠난 여행은 일상에 활력을 가져다줬다.

미켈란젤로 언덕 Piazzale Michelangiolo

이탈리아는 내가 엄마에게 제안한 첫 번째 여행지이다. 이전에 나는 돈이 없었으므로 엄마가 나에게 여행을 제안했다. 파병군인이라서 돈 좀 벌었으니 이번엔 내가 제안했다. "뮤직비디오에서 베네치아를 봤는데 그렇게 좋더라", "항공권은 아들이 살 테니 엄마는 몸만 오세요."라는 말로 여행은 바로 성사됐다. 엄마도 기특하셨던지 MBC 라디오에 사연을 응모하셨더라.

피렌체 한 가운데 놓인 대성당 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lore

피렌체는 그야말로 동화 같은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꾸미지 않아도 장소 자체가 멋있다. 첫날 숙소에 짐을 정리하고 바깥에 나왔는데 어디선가 종이 울렸다. 산타마리아 노벨라 대성당에서 정시가 되어 종을 친 것이다. 영화 같은 장면이었다. 길을 걷기만 해도 어떤 작품 안에 들어있는 느낌을 받는다. 대성당을 보기만 해도 크기에 압도당한다.

이거 알아보니 한 예술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길을 걸으면 소소한 볼거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피노키오 세계관이 현실에 나타난 듯한 가게도 있고, 직접 만든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심지어 표지판도 범상치 않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 같아서 눈이 심심하지 않다. 이 아기자기한 매력에 피렌체는 나의 최애 여행지가 됐다. 피렌체를 뛰어넘는 여행지는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소 일상과 여행지 삶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깊은 행복을 느낀다.
ara via degli alfani 라는 곳에서 구매한 아란치니. 가격은 3유로(약4000원)이다.
La Buchetta 미켈란젤로 언덕 근처 레스토랑. Trattoria dall'Oste Chianineria - Stazione SMN 이곳도 스테이크가 맛있다.

평소 일상과 여행지 삶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깊은 행복을 느낀다. 남수단 파병부대 내에서만 밥을 먹던 군인이 피렌체에 가서 음식을 먹었다. 그보다 짜릿할 수 없었다. 아란치니는 밥에 소스와 치즈를 얹어 튀겨낸 음식이다. 비싼 돈 주고 먹는 티본스테이크도 눈물 나도록 맛있었다. 숙소에서 엄마와 요리를 하기도 했는데, 파스타 모양이 피사의 사탑인 게 귀여웠다.

파스타 모양이 피사의 사탑인 게 귀여웠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가장 오래 머문 도시다. 마치 그곳에 이미 살고 있던 것처럼 그렇게 여행했다. 지루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매일 그곳의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잠깐 머물다 돌아오던 이전 여행과는 조금 달랐다. 비슷하지만 매일 다른 장소를 볼 때마다 피렌체의 매력은 나에게 조금 천천히, 깊게 각인됐다. 어딜 가나 그림 같은 곳, 피렌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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