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부터 마음이 축 늘어졌다.
금요일 오후의 미팅과 금요일 저녁의 인사발령. 중간자아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느끼는 무기력함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홀로 여자인 미팅에서 아저씨들의 히히덕거림을 들으며, 여전히 업무 상대가 아니라 가니쉬 정도로 얹어진 대상이 된 기분에 녹초가 되었다. 야근을 하던 도중 인사발령이 났다. 고생하던 팀원들이 쫓겨나듯 떠나갔고 새로운 팀장이 임명되었다. 오래전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았고, 지금은 음주 운전이 발각되어서 정직 중인 사람. 그런 사람의 정직 기간이 끝나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무기력했다.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하는 무기력함.
합리로 가득 찬 사회생활이란 걸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최소한의 상식도 지켜지지 않을 때, 나의 존재가 비루하게 느껴진다. 그래, 내가 비루하게 여겨져서 지금까지 괴롭다. 또다시 월요일이 오면 남자들 사이에 가니쉬처럼 올려져 시시덕거려야 하고 '회사생활이 그렇지, 뭐'라고 억지로 평온을 가장해야 하는 점이.
일요일을 맞아 책을 읽다 울화가 치밀어 있다가, 떠오른 문장.
다만, 내 마음은 평안하다.
어떤 불합리도 비루함도 손상시킬 수 없는, 나의 긍지와 좋은 면들이 있다. 그것이 있다는 걸 알면 다만 내 마음은 평안하다. 사랑하는 글을 쓰고, 식물을 가꾸고, 아름다운 가구의 모서리를 만지고, 흙을 빚는다. 내 안에 성소가 있고 그걸 지키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다만 내 마음은 평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