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여요.

우리 사이는 얼마나 졸아들까?

by 정안

망원역 이자카야에서 모츠나베 국물이 졸아든다. 따뜻한 김이 서린 유리창 너머로 망리단길을 바라보며 국물을 .


불을 아무리 낮춰도 자꾸자꾸 졸아드는 국물. 낯선 땅에서 만난 우리는 국물이 졸아드는 줄도 모르고 . 언어를 처음 얻은 것처럼 자꾸만 이야기가 . 처음 술을 마셨던 것, 사무치게 외로웠던 시절, 만화경처럼 찬란했던 서툰 날들에 대해서.


국물이 졸아드는 시간 동안 너의 인생도 내 인생에 뭉근하게 졸아들었다.


“커피가 좋아서 부산으로 갔어.”

“핀란드에서 11시간 동안 기차를 탔어.”


너의 커피와 나의 자작나무 숲이 만난다. 국물이 졸아드는 동안 우리의 시간이 만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따끈한 국물을 나눠마시며 얘기했던가. 육수를 끊임없이 부어 싱거워진 오뎅탕의 맛, 숟가락 끝으로 뭉근하게 익은 무, 녹아버린 얼음이 하이볼잔에서 무너지는 소리까지 선명하다. 이문동의 낡은 포장마차에서, 서교동의 요란한 주점에서 서로 지나온 시간을 만지기 위해 많은 나눴다. 서로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마음을 졸였다. 어떤 때는 딱 맛있을 만큼 졸여졌고, 또 어떤 때는 까맣게 .


여전히 얼마만큼 육수를 우릴지, 뭉근하게 끓는 시간을 어떻게 견딜지 잘 모르겠다. 우리 사이가 얼마나 졸아들지 모르겠다.



(20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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