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미디어가 뭐길래?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by 이유 임민아

하루 24시간 중에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긴 시간, 우리는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다.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라고 불리지만, 우리는 여전히 TV·라디오·신문·잡지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뉴미디어의 최고봉이 된 유튜브는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 사람들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SNS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상과 마주하고 있다.


내가 마을미디어를 시작한 이유는 이렇게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는 지역, 우리 동네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화된 주류미디어에서 지역은 늘 소외되어있다.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주류미디어는 지역을 ‘흥미로운 소스’가 있을 때만 일시적으로 노출시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느끼기에 주류미디어에서 다루는 ‘지역’은 억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하나씩 끼워 넣는 양념 같은 존재다. 포털사이트 뉴스에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명이나 동네 이름을 검색해보면 무슨 말인지 금방 알 수 있다. 홍보를 목적으로 언론에 제공된 보도자료를 복사해서 그대로 붙여넣기 한 기사가 대부분이고, 조회수와 광고 수익에 눈먼 ‘클릭베이트(clickbait, 클릭을 위한 미끼, 낚시 기사)’ 일색이다. 주민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만한 정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마을미디어는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는 나 같은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 가는 시민참여형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신문, 잡지, 라디오, 영상 등 매체는 무엇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마을미디어가 ‘지역성(locality)’이라는 가치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과 장소,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과 이슈를 다룬다. 마을미디어는 ‘소통과 공감’이 핵심인 사회적 매체로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공론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리적 영역 내 공동의 유대감,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핵심인 공동체적 요소가 미디어와 결합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관계의 확장을 돕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하려면 기획부터 콘텐츠 제작, 홍보까지 알아야 할 게 너무 많다. 호기롭게 시작했다가도 지속하지 못하고 중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밤낮 가리지 않고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 무엇보다 지난한 과정을 함께 걸어갈 동지를 찾는 게 바닷가 모래알 속 진주를 찾는 것만큼 어렵다. 송곳처럼 뚫고 올라오는 사람이 보였다가도 하루아침에 나가떨어질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재미와 의미만으로 마을미디어 활동을 지속하기엔 각자의 삶이 너무 고달프고 팍팍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미디어는 잘만 활용하면 마을의 사회적 자본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가까이 보고, 한 발 더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게 스며들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도모하게 된다. ‘공동체 의식’을 회복한다는 게 별건가, 그렇게 만나 서로 의지하고 돕고 함께 살면 되는 거지.


최근 서울시가 마을미디어 사업 폐지를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지난 10년 동안 주민들이 신문, 라디오, 영상 등의 매체를 통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지원했다. 누구 하나 마음 둘 곳 없어 외로움에 몸서리치던 사람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고, 비빌 언덕이 되어주었다.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은 미디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게 누구든 마이크 앞에 앉아 마음껏 자기 생각을 드러내고 주장해도 된다는 걸 경험하게 해줬다.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는 2020년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강화를 위한 미디어 정책 보고서>에 ‘커뮤니케이션 권리 선언문’을 담았다. 지역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평등한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가는 1인미디어, 공동체라디오, 마을미디어 등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을 지원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개인을 포함한 지역공동체 미디어 제작자들이 소외되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나는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권력을 쥔 자들이 노골적으로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짓밟으려 하는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마을미디어는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