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당신은 아프지 마오.
일년에 한번씩은 심한 몸살을 앓는다.
십 수년을 그래 왔으니, 이젠 전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기운이 느껴지면, 앓아 누울 준비를 한다.
샤워, 물방울 하나하나가 쇠구슬 같이 아프다.
그래도 좋다.
슬슬 목이 아파 침을 삼키기도 힘들어진다.
뻔히 알면서도 타이레놀 한 알 조차 미리 삼켜두지 않는다.
그냥 온몸으로 받아내고 싶어진다.
내 것이지만 도저히 알 수 없는 속내이다.
통증의 끝을 향해 간다. 괴랄한 표정 중간중간 미소를 섞어 가며 끙끙댄다.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이틀쯤 지나, 아직 땀에 젖은 셔츠를 입은채로 바깥으로 나가 바람을 맞으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서늘하다.
앙상하고 냄새나는 몸이 좋다.
전투를 이겨낸 기분이다.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