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게 좋아.
좋아하는 것을 꼭 잘해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것들은 그냥 내용이나 결과를 떠나 행위 자체가 큰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내게는 축구가 그런 것 중 하나이다. 내게는 발로 공을 다루는 재능이 1도 없었다. 흔히들 말하는 개발이다. 나름 명문 클럽의 유소년 양성 과정을 2년이나 거쳤음에도 정말 공 다루는 재주가 엉망이다. 단순히 공을 다루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축구에 관한 지능도 부족해서, 시야도 좁고, 경기의 흐름을 읽을 줄도 모르며, 내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 떨어졌다. 경기 중 가장 두려운 순간은 내게 공을 넘기는 순간이다. 공이 오면 주변이 어두워지고 심장이 쿵쾅 거린다. 긴장 그 자체다.
그런데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1위는 언제나, 두 말할 것도 없이 축구이다. 그저 운동장 위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는 것이 즐겁다. 소리 지르고, 웃고, 헉헉대는 그 순간들이 그저 좋다. 아, 다만, 민폐를 끼치기는 싫기 때문에 친구들이 하는 친선 경기에만 뛴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나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사는 것이 즐겁다. 그렇다고 해서 사는 것이 힘들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힘들고, 잘하는 것 하나 없지만, 그래도 사는 것이 즐겁다. 민폐만 끼치지 않고 즐겁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