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꽃.

후라이는 아닌, 계란꽃.

by 아스파라거스

계란꽃이 좋다. 그냥 두면 써니사이드업sunny side up, 뒤집으면 오버이지over easy.

지천에 널렸을 테지만, 평소엔 절대 보이지 않는 숨은 꽃.

일상에서 일탈했을 때만 눈에 들어오는 이 숨은 꽃이 좋다.

뭐라 설명할 수도, 미처 다 읽어내지도 못할 서정이 있는 꽃.


이제는 개망초라는 이름을 알지만, 굳이 계란꽃이라 부르고 싶다. 그저 평생을 계란꽃이라 불러왔으니까.


봄인지, 한여름인지, 정확히 언제 피는지도 모르겠을 그 꽃은, 내가 숨을 헐떡거릴 그때에 나타나 내 마음을 달래준다.

미지근한 차 한잔을 마실 때처럼, 자극 없이 넘어가지만 분명 맹물은 아니다.


화분에 담긴 모습을 본 적이 없고, 꽃집에서도 본 적이 없다. 사실 향이 어떤지도 모르겠다.

막상 찾아보려면 찾아지지도 않는 이 꽃은, 그저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 나를 막아선다.


그 꽃에 얽힌 아련한 추억이 없고, 이렇다 할 맥락도 없다.

그런데도 알듯 말듯한 아련함이 담긴 꽃이다.


며칠 전, 이 꽃이 또 생각나더라. 나를 또 막아서더라.

다시 또 봐야지, 무심히 그냥 좋은 계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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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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