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이 좋다는 핑계로 매일 바깥나들이를 하다 보니, 가끔 해가 서산을 넘고도 한참 지난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잦다. 늦은 시간차를 주차하고 대문을 열 때쯤이면, 우리 집 뒷가든에살고 있는 길냥이 '양아치'는 뒷가든에서 대문까지 후다닥 달려 나와서는 '냥냥냥~~ 옹옹옹~~'거리며 온몸을 여기저기 비비대며 요망스럽게 난리법석을 떤다. 우리가 대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 집안으로 들어서면, 녀석은 뒤도 안 돌아보고, 제 밥그릇이 놓인 뒤쪽으로 궁둥이를 살랑거리며 사라진다.
짐정리하고 뒷문을 열 때까지 '양아치'는'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에 이렇게 앉아 매섭게 날 노려본다. 밥때를 많이 놓쳐 나름 삐졌다는 신호인데, 삐지면 귀여워 보여야 하는데 사납기만 하다.
"뭐 하냥~~~~ 빨리 밥 줘!!".
"오늘은 사료는 안 먹을 거다. 참치팩을 주거라!!"
빨리 밥 달라고!!!\
'양아치' 저녁, 나는 몰라.
나는 별을 담으련다.
고양이 사료를 꺼내 밖으로 나가다, 나는 밤하늘의 별을 보고 말았다.
흑연처럼 까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얼마 만에 별을 보는 거야? 저 많은 별들..., '
사료봉지를 내려놓고 나는 주방으로 들어가, 휴대폰을 들고 나왔다.
낡은 휴대폰으로 찍은 저 별들을 얼마나 담을 수 있을까?
몇 번을 찍고, 다시 찍고를 반복했다.
내가 본 별과 휴대폰이 찍어준 별은 천지차이다.
'사진 찍는 소리에 별들이 놀라 도망갔나?'
금방, 휴대폰 속 앨범이 시커먼 색으로 도배되어 버린다.
......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고양이 밥그릇에 사료를 붓는다.
이 녀석 정신없이 머리를 박고 먹는다.
오 두둑 오 두둑...,
하나씩 깨무는 소리가 별헤는 소리 같다.
오 두둑, 별 하나에 참치팩 하나
오 두둑, 별 둘에 닭봉 둘
오 두둑, 별 셋에 햄 세장
오 두둑, 별 넷에 소고기 네 점
......
'양아치'의 오 두둑 소리를 뒤로하고,
우리도 저녁을 챙겨 먹었다.
하늘의 별들이 밥 먹는 내내 마음을 가만두지 않는다.
저녁을 먹고 2층으로 올라가 밀린 청소를 해놓고,
나는 다시 휴대폰을 들고 뒤뜰로 나갔다.
온 집안의 불을 다 끈다.
불빛이 저 별들을 퇴색시킬 거 같았다.
휴대폰을 들어 다시 밤하늘에 들이댄다.
내 휴대폰 앨범 한 면이 또다시 시커멓게 채워진다.
새까만 밤하늘 속, 하얀 눈송이 같은 별들이 찍혀있는 사진도 더러 있다.
이 겨울, 이 외딴곳에서 만난 나의 별들이다.
'양아치'는 참치팩에 대한 미련 때문에 밥그릇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안쓰러운 마음에 참치팩을 하나 뜯어 밥그릇에 부어 줬다.
녀석, 그것을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 치워 버리고,
앞발을 번갈아 가며 열심히 입 주변을 닦아낸다.
그러고,
한 참 후...,
뒤뜰에서 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불안한 마음에 후다닥 내려가 봤다.
이 집에서 원래 끼니를 해결했던 원조길냥이 '냥판봉'군과 '양아치'군이 살벌하게 대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