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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성과관리-데이터 생산과 저장

by Opellie

"성과 관리를 하고 계신가요?"


현장에서 이 질문은 많은 경우 모호한 답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안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실제 현장을 보면 다들 성과를 내기 위해 일을 하고 있고, 나름 성과가 나오기도 하고, 이와 관련해 인사는 성과를 평가하여 보상과 연결하기도 합니다. 성과 관리를 아예 안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애매한 거죠. 여기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성과를 관리하고 만들어내는 건 각 직무별 현업들인데 왜 인사에서 성과관리를 이야기할까?"


인사가 마케팅, 개발, 회계, 생산, 영업 등의 기업 내 직무들에서 직접 성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성과관리는 인사뿐 아니라 기업 내 모든 직무에서 하는/해야 하는 것이라 말하는 게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과관리라는 기능을 주로 인사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저도 그 이유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경험상 추측건대 인사가 성과평가라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안 하고 있는 것도 아닌" 상태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성과관리와 성과평가

저는 성과관리와 성과평가를 구분되는 개념으로 이야기합니다. 이 둘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방향성, 즉 이 기능이 왜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먼저 우리가 좀 더 익숙한 성과평가는 '판단'을 본질로 합니다. 지난 시간 동안 구성원 A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또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현재시점에서 결정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성과관리는 '진단'을 본질로 합니다. 진단도 지난 시간 동안 구성원 A가 일 하는 과정과 결과를 바라보고 있지만 이는 '결정'이 아닌 '개선'을 위한 목적을 가집니다. 성과평가는 일종의 낙인을 찍지만 성과관리는 '그래서 지금부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이야기합니다.

이와 같이 성과관리와 성과평가를 이해하면 우리는 글의 처음에 제시한 질문, '성과 관리를 하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과관리 - 데이터의 생산과 저장

성과관리는 인사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 데이터의 생산과 저장을 위해 성과관리는 '일 중심의 소통 구조'를 만들고 운영합니다. 일, 즉 성과를 중심으로 해당 성과를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로서 리더와 구성원, 구성원과 구성원, 조직과 구성원 간 '일 중심 소통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우리는 성과관리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성과관리는 '일 중심 소통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제도(institution)'라는 도구를 사용합니다. 이를 우리는 성과관리제도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예로 OKR, *본래의 MBO가 있습니다. 우리는 제도를 통해 리더와 구성원, 구성원과 구성원, 조직과 구성원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그 절차, 기한, 양식을 제공하여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관리합니다.


어떤 데이터가 중요한가?

성과관리를 통해 인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저장한다는 것은 성과관리제도 이전에 선행조건이 필요함을 말합니다. 우리가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일단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좋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일면 데이터가 많을수록 좋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효율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채용을 진행할 때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허수 지원자'라는 표현입니다. 무작정 많은 데이터를 늘리는 건 허수 데이터를 늘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성과관리를 이렇게나 많이 하고 있어'라며 자랑할 순 있지만 실제 성과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핵심가치? 인재상?

우리에게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가? 에 대해 만일 핵심가치나 인재상 등의 단어가 떠오르신다면 잠시 뒤로 미뤄두시길 권합니다. 핵심가치, 인재상 자체가 잘못되었다기보다는 그 단어들이 연상시키는 선입된 이미지로 인해 우리가 답을 잘못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질문을 제시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권합니다. '우리 기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말이죠.


나무의 줄기

성과관리는 조직 내 존재하는 보이지 않았던 성과에 관한 데이터를 볼 수 있게 생성하고 문서로서 보관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인사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성과와 연결된 교육, 노무, 평가, 보상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애서 성과관리는 나무의 줄기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줄기는 식물의 뿌리, 잎, 가지를 연결하는 조직으로 물, 영양분을 저장하고 제공합니다. 성과관리도 이와 같습니다. 성과관리가 없다면 인사의 제 분야들은 따로 움직일 가능성을 갖게 되며, 이는 개인 성과와 조직 성과의 미스매치(miss-match)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작하는 인사담당자를 위하여

인사업무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성과관리를 바로 수행한다는 건 사실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도 제약이 많죠. 아마도 채용 등과 같이 나무의 가지와 잎에 해당하는 업무들을 먼저 담당하실 가능성이 높죠. 다만 한 가지 당부드리는 건 각 업무를 수행하시면서 줄기로서 성과관리를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가지시면 좋겠다는 점입니다. 성과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우리의 스탠스가 중요합니다. '우리 회사는 성과관리도 제대로 안되는데 채용을 어떻게 잘할 수 있어?'라는 한탄 대신 '지금 담당하고 있는 직무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성과관리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고 직접 그려보시는 기회로 삼으시길 권합니다. 장담하건대 언젠가 그 생각을 직접 구현할 기회를 만나실 겁니다. 준비가 된 인사담당자와 그렇지 못한 인사담당자의 차이가 드러날 겁니다.


감사합니다.


FYI.

*저는 MBO를 본래의 MBO와 경험적 MBO로 구분하여 이야기합니다.

*성과관리제도의 구체적 모습은 도서 '성공하는 인사 제도를 위한 짧은 대화'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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