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을 받았다. 강사로 새롭게 커리어를 시작하고 8개월만의 일이다. 최다출강상도 받았다. 8개월 동안 90여회를 출강했다고 한다. 소속된 HR컨설팅 회사에서만 확인된 숫자이고, 개인적인 출강까지 합치면 100회가 넘을 듯 하다. 4년의 경력단절을 겪고 얻은 성과라 더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큰 뜻을 품고 시작했던 일은 아니다. “경력 단절 때문에 하실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세요.”라는 직업상담사의 이야기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어,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던 것 뿐이다. 대학 시절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로 강사를 했었다. 대학 졸업 후에도 틈틈이 가르치는 일을 했기에 익숙했다고 할까.
한데, 특정 조직의 성인 앞에 서서 강의를 한다는 건 완전히 달랐다. 국어, 영어, 수학처럼 모르는 걸 알려주는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걸 뻔하지 않게 가르쳐야 한다는 점에서. 스트레스 관리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는데, 솔직히 실행이 안될 뿐 스트레스 관리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 깨달았다. ‘단순 정보’가 아니라 내 경험을 콘텐츠로 녹여야 승부가 나겠다는 것을. 하여, 정보를 나열해서 가르치던 것을 끝내고,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방향성을 바꾸었다. 이때부터 재섭외 요청이 많아졌다.
전략은 성과를 만든다
충동적인 성향이라는 걸 30대 후반에서야 깨달은 사람이 나다. 달리 말하면, 인생을 별 생각없이 살아왔다는 것. 전략이라는 걸 딱히 세워본 적 없이 살았는데, 재취업을 하면서 혹독한 현실을 깨달은 후 비장해졌다.
전략을 세웠다. 먼저 블로그로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했다. 요즘 시대는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에. 이때, 그간 갈고 닦아 두었던 디지털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역량이 빛을 발했다. 사진 찍기, 동영상 편집 등은 물론이고 검색이 될만한 제목 쓰기, 교육 프로그램 소개, 강의 후기를 남기며 강사인 나를 기록해나갔다. 놀랍게도 출강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할 때에도 블로그 소개글 만으로 강의 섭외를 받았다.
두번째는 모든 강의를 콘텐츠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강의로 접근하면 막막했는데, 콘텐츠로 접근하니 풀어나가기가 수월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목표를 정하고, 경험을 핵심 콘텐츠로 바꾸어 살을 붙여나갔다. 나의 경험을 콘텐츠로 풀어내 나만 할 수 있는 강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 덕에 종종 “인생 강의”라는 영광스런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대문자 I라서 힘들긴 합니다만
대문자 I인 나는 강의 시작 전, 떨리는 마음을 다스리는데 일정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교육생들이 나를 쳐다볼 때마다 도망가고 싶었다. 게다가 퍼스널 스페이스가 북유럽 기준이라 교육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100번쯤 강의를 하고나니, 익숙해졌다. 익숙해졌다고 해도 성향은 변치 않으니 여전히 긴장되고, 다가가는 게 어색하다. 다만, 이제는 경험치가 쌓여 노력으로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강의 전, 스몰톡을 나누기도 합니다. 자주는 아니지만요!
내 인생의 두번째 명함, 강사
인생의 두번째 명함이 강사가 되었다. 처음엔 ‘내가 뭐라고 사람들 앞에 서서 가르치는 일을 할까?’, ‘과연 이 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준비한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으면 어떡하지?’ 등등의 걱정이 꼬리처럼 따라다녔다.
이제는 나의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삶을 살 계기를 마련해주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는데 기쁨을 느낀다. 어쩌다보니 시작했는데, 이제는 정말 사랑하는 일이 되었다.
직접 해보니, 신중년이야말로 강사하기 딱 좋은 때더라는. 신중년, 당신의 두번째 명함이 강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