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예정자의 ‘진로 설계’ 교육을 한다. 종사하는 일은 달라도 고민의 내용은 비슷하다. 평생 일을 해왔지만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또 퇴직 후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알아도 문제는 있다. 유명 기업 출신의 한 임원은 경력이 너무 많고 고스펙이라 고용하기 부담스럽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아예 새로운 ‘업’에 도전해 보겠다는 계획을 들려주었다.
40대 이후, 재취업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여러 문턱에서 어려움을 느꼈을 터. 나도 그랬다. 내 이력서를 앞에 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라는 평가에 눈물을 흘리며 현실을 자각했다. 이어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다.
한데, 현실은 어떤가. 자격증이 없어서 재취업이 어렵댔는데, 자격증을 따면 또 경력이 없어서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강사를 시작하니 내 경험을 평가하는 대우가 달라졌다. 똑같은 이력서를 두고 이런 말을 들었다. “경험이 다양해서 강의 영역도 넓겠네요.” 라든가 “이 분야의 강의는 강사님만 할 수 있겠어요.”라는 말!
긍정적인 평이 낯설어 얼떨떨했는데, 강의를 하면 할수록 당시의 말 뜻을 실감한다. 얕지만 넓은 경험 덕에 들려줄 사례가 풍부하다. 그 경험을 통해 배웠던 노하우는 나만의 콘텐츠가 되어 남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토대가 된다.
실패한 경험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콘텐츠 자산이다. 4년의 경력단절을 극복했던 에피소드는 재취업 교육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콘텐츠. ‘저 강사도 해냈으니 나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찬 에너지가 들끓는다. 쉬는 시간이 되면 질문이 쏟아진다. 이력서를 제출할 때마다 왜 경력단절이 생겼냐는 질문을 받아 곤혼스러웠는데, 강사가 된 후에는 실패한 이야기도 웃으면서 할 수 있게 되었다.
강사에게는 모든 경험이 자산이다. 성공담과 실패담은 물론이고, 길 가다 어깨를 부딪힌 사람과 말다툼을 했던 일, 혼자서 다녀온 여행 후기, 어제 읽은 칼럼, 넷플릭스에서 본 다큐도 언젠가는 써먹을 강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단, 콘텐츠가 된다는 전제하에.
경영학자 톰 피터스가 말했다. 직장 타이틀이 모든 것을 말해주던 시대는 저물고 평생 ‘자기 고용’ 상태에 머무는 ‘독립 노동자’로 살아갈 거라고.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지금, 우리는 이미 고용되는 시대가 아니라 스스로 고용을 창출해야만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강사는 경험을 콘텐츠로 만드는 사람이고, 스스로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면서 고용 상태를 능동적으로 확장해 나간다. 게다가 정년도 없다.
새로운 커리어 패러다임의 시대, 신중년의 재취업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내가 가진 경험과 경력을 콘텐츠로 만들자. 완성된 콘텐츠는 아낌없이 나누어주자. 당신의 경험은 돈이 되고, 지갑 속 두 번째 명함은 자랑스러워질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