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했다. 20대와 30대를 교육생으로 만나자니 내 나이가 많게 느껴졌고, 50대와 60대 앞에서는 민망함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서 ‘나이’를 의식했다.
20대에 강사를 시작했던 한 지인은 나이 들어 보이기 위해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너무 어려 보이면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고 ‘신뢰감’이 부족해 보인다는 게 이유였다. 어렵다. 많으면 많다고, 적으면 적다고 꼬리표가 붙다니!
하긴, 새롭게 시작하는 낯선 분야에서는 뭐든 주눅 들기 마련. 더구나 ‘선택’되어야 하는 직업이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한 선배 강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50대 중반을 코 앞에 둔 나이에 대기업 사내강사로 취업을 했다는 것이다. 원래 직업은 평범한 주부. 우연히 강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한 후, 전문 분야를 갈고닦은 지 2년인가 3년 만에 맺은 결실이라고 했다.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있나. 들리는 소문으로는 교육생을 울리는 강사라고 했다. 그러니까 뛰어난 공감력으로 마음을 울린다는 것. 강의 시작 전에는 팔짱만 끼고 있던 교육생들이 강의를 시작하기만 하면 다들 ‘열심히 해보자’라며 눈빛을 바꾼단다.
물론 나이 때문에 거절당했다는 경우도 왕왕 목격했다. 교육 대상이 20대이니 적어도 30대, 40대 강사여야 어울리지 않겠냐고 했다는 것. 교육을 기획한 교육 담당자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그게 맞다. 모든 강의에서 내가 선택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편하다. 소개팅을 한다고 모두 제 짝을 만나는 건 아닌 것처럼. 회사에 지원해 면접을 본다고 다 합격하는 건 아닌 것처럼.
중요한 건 ‘실력’이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강사님을 꼭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섭외 연락을 받도록 전문성을 키우면 된다. 40년 경력의 셰프가 선보이는 음식, 30년 업력을 쌓은 맛집이라는 수식어에 기대감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선택받기에서 끝나면 좋으련만, 진짜 승부는 요리가 나온 후 아니던가.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음식점이라 한들 음식이 맛있어야 ‘기대’가 ‘믿음’으로 바뀐다. 강의도 마찬가지. 섭외를 받는 게 1차 관문을 통과한 거라면, 최종 관문은 교육생 앞에서 결정 난다. ‘저 강사가 과연…’이라는 ‘의심’을 ‘확신’으로 바꿀 때, 더 이상 나이는 문제 되지 않는다.
<퇴직 예정자 진로 설계 교육>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으면 반가운 마음이 들다가도 한편 걱정스러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퇴직을 경험해보지도 않은 강사라는 게 나이에서 티가 나는데, 이 불리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고민이 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내가 몇 살의 강사인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20대를 만나든, 30대를 만나든, 60대를 만나든, 70대를 만나든.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었다. 나이가 거절의 한 가지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나이 때문에 강사를 못하는 건 아닌가’라고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많은 것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요?”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나이보다 더 중요한 건 콘텐츠의 전문성과 강의력이라는 걸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