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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강사, 나만의 전문 분야 찾는 법

by 이소요

머리로는 안다.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걸. 문제는 자꾸만 하고 싶은 일에 마음이 끌린다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처음에는 <신중년의 여가설계>라는 교육 주제를 전문 분야로 내세웠다. 내가 가진 경력을 조합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주제라고 생각했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 무엇보다 하고 싶었다.


강사들이 많이 다루는 주제가 아니라서 희소성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던 이유도 있다. 강사 시장이 포화상태이니 남들과 다른 주제로 어필하는 게 차별화 포인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럴 때 쓰는 시쳇말이 있다. 감이 다 죽었다는 뜻의 ‘감다뒤’. 스스로 ‘감다뒤’가 되었다. 내 일이 아니라 남 일이었다면 잘하는 일을 하라고 말했을 테니까.




중요한 건 순서다. 반드시 잘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서 인정을 받은 후에는 하고 싶은 일을 다 하시라. 그전까지는 무조건 내가 잘하는 일을 전문 강의 분야로 내세워야 한다. 지긋지긋해서 더 들여다보기 싫은 일이 전문 분야일 확률이 높다. 나는 지겨워도 남들에겐 그렇지 않기에.


수학 1타 강사 정승제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아니, 저걸 저렇게 밖에 못한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분야가 내 일이 되어야만 한다고. 강사의 전문 분야도 마찬가지다. 노하우가 많아서 그 분야의 고민과 문제를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전문 강의 분야가 되어야 한다. 더욱이 ‘전문성’은 초보 강사에게 부족한 강의력과 전달력을 상쇄시켜 주니 강의 평가에서도 유리하다.




잘하는 분야를 찾은 다음에는 ‘시장성’을 체크해야 한다. 쉽게 말해, 팔리는 분야이냐는 것.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는 게 시장의 논리다. 의사소통과 리더십이 변함없는 인기 강의 주제인 까닭은 한결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문제라서다.


경험에 의하면, 소프트 스킬을 향상시키는 강의 분야는 대체로 수요가 많더라. 이를테면,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회복탄력성, 시간관리, 목표관리, 스트레스 관리, 감정관리, 문제해결력, 협업 및 갈등관리, 동기부여, 긍정 마인드셋 등의 분야가 그렇다. 조직과 조직 외를 아우르기에 교육 대상의 범위도 넓다.


1명의 강사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경력 많은 강사가 뽑힐 확률이 높지 않겠나. 반면 1,000명의 강사 중에서 1명이 되는 일은 초보 강사도 해볼 만할 터. 아무래도 수요가 많은 분야에서는 기회가 주어질 확률이 높고, 그래야 강의 경력 쌓기도 수월해진다.




마지막은 ‘차별화’다. 삼양에서 만든 메가히트 상품인 ‘불닭볶음면’을 떠올려보자. 불닭볶음면을 기준으로 여러 맛의 변주 상품을 출시했다. 까르보 불닭볶음면, 커리불닭볶음면, 짜장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 등이 그 예시. 불닭볶음면에 까르보나라 맛, 커리맛, 짜장맛, 치즈맛을 추가해 익숙하지만 새로운 맛이 나는 상품을 만든 것처럼 강의 분야도 ‘익숙한 분야’에 ‘새로움’을 추가해야 차별화가 된다.


여기서 ‘새로움’이란 ‘나만의 강점’을 의미한다. 가령, 영어 공부법이라는 강의 주제에 MBC PD 출신이라는 강점이 연결되면 김민식 PD만 가능한 강의 분야가 창조된다. ‘커뮤니케이션’에 ‘심리학’을 더하면 ‘커뮤니케이션 심리학’이라는 남다른 강의 분야가 만들어진다.


나의 강점 중 하나는 ‘자기 돌봄 코칭’이다. 해서, 인기 있는 강의 분야에 ‘코칭’이나 ‘자기 돌봄’ 키워드를 연결해 강의 분야를 뾰족하게 다듬는다.




일단 잘하는 일을 찾고, 수요가 많은지를 확인한 후, 차별화 포인트를 더하자. 점 하나 찍고 구은재에서 민소희가 된 드라마 주인공처럼. 하고 싶은 분야는 전문 분야를 찾은 다음 순서여야만 한다. 전문 분야가 없는 초보 강사에게는 다음 기회가 영영 없을지도 모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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