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강사님 개인적인 이야기나 듣자고 여기 있는 게 아니잖아요!”라는 피드백을 들었다. 교육생만 바뀐 채, 똑같은 주제의 동일한 교안으로 3회 차 강의를 하던 날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이 상황이 개인적인 ‘썰’을 푸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배운 날이기도 했다.
사실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강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재료로 경험담을 들려준 것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워낙 초보 강사 시절에 일어난 일이라 당시엔 ‘경험담’의 비중을 줄여야겠다고만 생각했다. 강의 횟수가 쌓이고, ‘아하’의 순간이 뒤늦게 찾아왔다.
강사는 의뢰받은 강의 주제를 쉽게 전달해서 이해시켜 주는 사람이다. 주어진 시간 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전달할 방법을 찾다 보니 그중 하나로 강사의 경험담이 등장하게 된다. 한데, 한 끗 차이로 강의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 강사의 일기가 될 수도 있다.
“신입사원 때 정말 중요한 발표를 맡았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청중을 볼 생각도 못했어요. 그냥 제가 준비한 것만 줄줄 읽고 내려왔죠. 그때 부장님한테 엄청 혼나고 며칠 동안 잠도 못 잤습니다.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손에 땀이 나네요. 여러분은 저처럼 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건 강사의 일기다.
반면 “신입시절, 정말 중요한 발표를 맡았습니다. 준비만 철저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제 발표를 듣는 임원분들은 지금 이 기술이 당장 우리 사업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지를 궁금해했었는데요. 저는 청중의 니즈를 분석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정보 전달에만 집중한 게 문제였습니다. 청중의 연령, 직급, 배경 지식을 파악해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언어와 관점으로 내용을 준비할 때 좋은 발표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강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단순히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은 조는 사람을 깨우게 만드는 분위기 환기 장치 밖에 되지 못한다. 경험이 팔리는 강의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편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경험에 강의 주제와 관련된 강사의 ‘생각’과 ‘관점’을 더할 때 ‘교훈’이라는 ‘가치’가 새롭게 생겨나기 때문이다.
교훈이란 이런 것이다. 강사의 이야기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지름길을 알게 되는 것, 태도와 행동을 바꾸어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싶어 지게 만드는 것!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날의 나는 ‘경험’과 ‘관점’의 ‘배합’에 실패했다. 재편집은 수학처럼 공식이 있는 게 아니라서 적절한 비율에 대한 감각이 필요한데, 그날 그 시간에는 압도적으로 경험의 비율이 높았다. 그러니 생각과 관점이 힘을 잃고 교훈까지 못 갔을 터.
그날 이후로 강의 콘텐츠를 준비할 때 무조건 지키는 원칙이 생겼다. 내가 이야기하는 경험담을 통해 교육생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경험담이라도 교훈을 줄 수 없다면 무조건 탈락!
‘나한테 특별한 경험이니까 교육생들에게도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망한다. 팔리는 강의 콘텐츠는 강사 자신에게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교육생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