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곧대로 믿던 시절이 있었다. “강사님 강의 잘하시네요.”라는 말! 솔직히 말해 나는 저 한마디에 ‘안도’하곤 했었다. 강의를 망치지는 않았구나 싶어서.
라이브 방송에 달리는 실시간 댓글처럼 강의가 끝나자마자 강의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강사가 된 지 두 달 차, 한 교육 기관에서 5점 만점에 4.7점을 받은 적이 있었다. 교육 담당자가 “강사님, 강의 평가가 정말 좋아요.”라고 서너 번 거듭 이야기를 해주셔서 정말 그런 줄 알았는데, 후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기관에서는 5점을 받아야만 잘한 강의라고 인정해 준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강의 평가가 정말 좋아요.”라는 말은 “강의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라는 표현의 대체 문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런 경우도 있었다. 2시간 내내 휴대폰만 하던 교육생이 ‘이 강의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한가요?’라는 질문에 ‘보통’으로 답하는 것을 우연히 목격했다. 그 순간에는 상처를 받았다. 내 강의가 ‘매우 좋음’과 ‘좋음’ 중에 선택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강의장을 나서면서는 화가 났다. 교육을 제대로 듣지 않은 사람의 평가가 유효할 수 있냐는 점에서. 집에 도착해서는 속상한 마음을 달래는 시간이 필요했다.
강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던 시절은 떠나보냈다. 강의 경험이 누적되니 이제는 보인다. 잘한 강의와 망한 강의는 강사가 더 잘 안다. 만족도 평가에서 ‘매우 좋음’ 일색이어도 스스로 ‘매우 좋음’을 줄 수 없는 강의도 있더라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으니까.
진짜 잘한 강의는 뒤따라 오는 결과가 다르다. 5점 만점의 숫자와 잘했다는 칭찬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온다. 이를테면, 현장에서 바로 재섭외 요청을 받는다. 아니더라도 “강사님, 한 달 후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꼭 강의해주세요.”처럼 제안이 구체적이다. 더 나아가 타기관에서 추천받고 연락드린다는 섭외 전화를 받게 된다.
교육생의 반응도 마찬가지. 진짜 만족한 강의에서는 쉬는 시간에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는지 내면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강의를 통해 강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격자라는 믿음과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초보 강사 시절의 귀여운 착각은 실수 없이 말을 잘했다고 해서 잘한 강의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좋은 강의는 감탄만 하는 형용사로 끝나지 않는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동사’로 살아있어야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