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은 사우다드 콘달에서 먹습니다.”
“유명한 곳이야?”
“바르셀로나에서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식당 중에 비니투스와 사우다드 쿤달이 있지. 한국인들이 다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야. 더 놀라운 것은 두 집 사장이 같다는 거야.”
“그 정도면 한국에 세금 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님 생각은 어떠신지?”
“아빠가 재주껏 받아 봐.”
“안 되겠지?”
“그렇겠지.”
사거리에 있는 식당은 노천 식당과 실내 식당으로 나뉘어 있었다. 대기줄이 길면, 맥주를 마시며 기다린다고 한다. 스페인 사람들은 노천 좌석을 선호하는 것 같다. 매연에, 지나다니는 사람에, 대기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에서 밥을 먹다니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나는 이해가 안 된다.
“들어가서 먹을 거지?”
“길거리에서 어떻게 밥을 먹니? 윤 씨는 양반이야.”
“일찍 와서 그런가? 아직은 대기가 없다. 후다닥 들어가자.”
근사한 바로 된 좌석도 있고, 일반테이블 등 다양한 형태의 좌석이 있으며, 가게 내부 인테리어가 정말 멋있었다.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로 고급 식당에 온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사우다드 쿤달에서 가장 유명한 꿀 대구와 스테이크, 포테이토 에그를 시켰다.
“꿀 대구를 또 먹어? 나는 별로 맛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좀, 그런데.”
“나도 굳이 또, 그런 생각이 들지만, 봐봐 다들 먹잖아.”
“그래 그럼, 그렇게 나쁘지는 않으니까.”
꿀 대구는 부드러운 대구 살과 달콤한 꿀, 살짝 깔린 토마토소스 거기에 한국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마늘 소스 조합이었다. 나에게는 부드러운 대구 살이 물컹거렸으며, 꿀과 토마토소스는 굉장히 달았다. 젊은이라면 모를까, 늙은 나에게는 너무 달았다. 그래도 한 번쯤은 먹을만 했지만, 이틀에 한 번꼴은 아니었다. 그런데 식당 테이블에는 무조건 꿀대구 접시가 올라와 있었다. 그만큼 젊은 사람이 많은 걸까? 그리고 포테이토에그 접시도 모든 테이블에 올라와 있었다. 잠시 후, 웨이터가 포테이토 에그를 들고 왔다. 포크와 칼을 이용해서 감자튀김 위에 올려놓은 반숙 계란을 터트려 노른자와 감자튀김을 비볐다. 현란한 칼 솜씨였다. 감자튀김 밑에 토마토소스가 있었다. 계란 노른자의 노란색과 토마토소스의 붉은색이 절묘하게 어울리며 비빔 감자튀김이 완성됐다. 느끼할 것 같은 감자튀김은 짭조름하면서도 새콤한 맛으로 진심 맥주를 부르는 맛이었다.
“감자튀김, 요물이네. 맥주 한 병 더 시키자. 맥주랑 딱이다.”
사람들이 많이 시키는 메뉴는 이유가 있었다.
“배도 꺼트릴 겸 슬슬 걸어서 숙소로 가자.”
식당에서 길을 건너자 바로 보이는 아이스크림 가게. 사람들이 건물을 돌아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줄 봐라. 엄청난데.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이렇게 줄을 설까?”
“내 생각에는 아빠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것 같은데?”
“눈치가 빨라서 맘에 들어.”
30분쯤 기다리니 우리 차례가 왔다. 생각보다 줄이 빠르게 줄었다. 그 이유는 중간에 메뉴판을 줘서 고르게 하고, 순서가 되면 주문한 아이스크림을 받고, 계산하고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아이스크림 가게 안은 우주선과 우주인이 둥둥 떠 있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와 어울리지 않는 인테리어다.”
“우주의 맛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우주인도 먹었다는 뜻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아이스크림은 한 시간 정도 줄을 서도 다시 먹을 것 같은 맛이었다. 지금까지 먹어 본 아이스크림 중에서 최고였다.
“나는 스페인 와서 아이스크림이 제일 맛있는 것 같아.”
“그 대사, 전에도 한 것 같은데.”
“그러게,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마다 제일 맛있다는 생각만 든다.”
“아빠는 오늘도 행복했네. 피카소도 보고,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먹고. 그런데 나는 오늘이 일요일이라 가게들이 문 닫아서 제대로 된 쇼핑도 못하고 우울해.”
“내일 내가‘우노’를 외치며 쇼핑을 도와주지. ‘우노’.”
다음날 올리브 립크로즈를 살 때, ‘우노’를 외치며 서비스로 두 개 더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