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먹는 순간은 맛있지만, 다 먹고 난 후 바로 체한 듯 속이 답답해진다. 심한경우, 그 답답함이 하루종일 갈때도 있다. 세상에 맛있는 빵이 얼마나 많은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인천 공항에서 햄버거를 먹자는 딸의 제안을 일언지하, 단호하게 거절했다. 빵도 빵이지만 육 향 가득한 흐물거리는 패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해변을 다녀온 후 딸은 감자튀김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스페인의 감자튀김은 생감자며, 굵기는 어른 손가락 굵기로 맛은 상상 이상이라며 유혹했다. 기계에 생감자를 올리면 채칼이 감자를 잘라 바로 튀긴다는 것이었다. 바르셀로나 해변 구경을 마친 딸의 안내로 들어간 가게는 햄버거집이었다.
“감자튀김 먹는다며, 햄버거는 말 안 했잖아?”
“그럼, 감자튀김을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먹을까?”
“그래도 햄버거는 싫은데.”
“하나만 시켜서 나눠 먹자. 파이브가이즈라고 들어 봤어?”
“쉑쉑버거는 들어 봤는데, 파이브가이즈는 몰라.”
“햄버거의 신세계를 경험시켜 줄게.”
딸의 말대로 감자튀김을 만드는 기계가 생감자로 즉석에서 튀기고 있었다. 냉동감자가 아니라 생감자라 더 신기했다. 딸은 주문을하고 나는 자리를 잡고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도, 바닥도 땅콩 껍데기가 가득했다.
“테이블이 너무 지저분하다.”
딸은 냅킨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땅콩 껍데기를 바닥으로 쓸어 버렸다.
“그렇게 버리면 어떡해?”
“원래, 이렇게 버리는 거야. 이 식당 룰이야. 우리도 땅콩을 먹습니다. 저기 땅콩 자루 보이지? 먹고 싶은 만큼 가져다 먹으면 돼. 무료야.”
“무료야? 다 먹어도 돼?”
“다 먹어도 돼. 걱정 마시고 마음대로 드셔요.”
짭짤한 땅콩은 까먹다 보니 햄버거와 감자튀김, 밀크셰이크가 나왔다. 딸은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며 감자튀김을 케첩이 아닌 밀크셰이크에 찍었다. 신기하게도 케첩보다 맛있었다.
“맛이 어때?” “감자튀김이 신선해. 기름도 안 느껴지고, 맛있네. 셰이크에 찍는 것도 너무 좋은데, 원래 이렇게 먹는 거야?”
“아빠는 지금까지 롯데리아 햄버거만 먹어 봤지?” “거의 그렇지.”
“햄버거란 이런 음식이야. 지금까지 아빠가 먹은 햄버거는 이름만 햄버거였어.”
정말 그랬다. 햄버거가 맛있었다. 채소와 두툼한 패티는 빵과 무척 잘 어울렸다. 손바닥만 한 큰 햄버거를 혼자 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감자튀김도 맛있었다. 땅콩기름에 감자튀김을 튀겨서 덜 느끼한 것 같았다.
“한국에도 가게가 있어?”
“서울에 몇 군데 있어.”
“맛은 어때? 똑같아?”
“나도 못 먹어봤어. 대기가 엄청나. 그래서 스페인에서 먹고 싶었지. 재료 수급에 차이가 있을 거야. 예를 들면 한국은 강원도 감자로 튀기고, 여기는 스페인감자로 튀겼으니까, 맛은 조금 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