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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진실을 향해 걷는 길.

by 윤희웅

달빛은 태양처럼 모든 것을 밝히지 않는다. 흐릿하고, 어슴푸레하고, 때로는 거짓된 형상을 드러낸다. 타로카드 18번, 달은 그런 세계를 상징한다. 실체가 불분명한 세계. 믿음과 의심이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가 겹쳐 보이며, 진실은 언제나 그 뒤편 어딘가에 숨어 있는 세계. 나는 그 세계 한복판에서, 오래된 동지들과 마주쳤다.

2024년 총선과 12.3 탄핵, 그리고 예기치 못한 대선 국면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달빛 아래 서 있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동지들은 이제 진보당의 이름으로, 민주당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엔 당황함이, 나의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맺혔다. 한때는 같은 책상에 앉아 민족과 자주, 자유와 평등을 밤새워 논하던 사이였다. 그때의 우리를 누구도 속일 수 없었다. 그 시절, 우리는 확신 속에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흐릿한 달빛처럼, 진보의 길조차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달카드는 꿈과 직관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혼란과 불안을 품고 있다. 분당 이후 우리는 각각의 길을 걸었다. 누군가는 원내 진출을 위해 민주당과 손을 잡았고, 누군가는 끝내 타협하지 못한 채 원외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의당은 결국 단 한 명의 의원도 없는 정당이 되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리는 권영국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진보의 깃발을 들었다. 찬반이 있었고, 실패를 예상한 이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달빛 아래 우리는 진실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진보정당의 길은 언제나 낮보다는 밤에 가까웠다. 자본과 권력, 편견과 냉소가 어지럽게 얽힌 이 사회에서 진보는 언제나 빛보다 어둠 속에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직관을 믿고, 꿈을 붙잡아야 했다. 그 꿈은 권영국 후보가 외쳤던 ‘자유, 평등, 기후, 인권’이었다. 누군가의 귀엔 허무맹랑하게 들렸겠지만, 소수자와 노동자, 장애인에게 그 목소리는 유일한 빛이었다.


오늘,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정의’는 숫자나 당선 여부로만 증명되지 않는다. 가치와 신념은 때로 패배를 감수하며 지켜지는 것이다. 국회의원 한 명 없는 정당. 가난하지만 흔들림 없이 걸어온 길. 그 길은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길에서 나는 가장 정정당당한 진보를 본다. 그것이 바로 달카드가 말하는 ‘진실을 향한 여정’이다. 혼란스럽고 불투명하지만, 끝내 진실에 다다르기 위한 고통스러운 걸음. 진보의 길이 바로 그 길 아니겠는가.


내일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그러나 그 이름이 바뀐다고 해서 이 나라의 소수자와 약자들의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땅의 진보는 여전히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가 믿는 가치는 결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없다. 언젠가 진정한 새벽이 오면, 지금의 달빛 같은 진보의 걸음이 그 새벽을 위한 길잡이였음을 모두가 알게 되리라.


달은 때때로 두렵고, 때때로 위태롭지만, 그 안에 담긴 그림자 덕분에 우리는 진짜 ‘빛’을 알아본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달빛 아래에서 묵묵히 길을 걷는다. 진보라는 이름의 오래된 꿈을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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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환상, 속임수 (Illusion, Fantasy, Deception): 달빛 아래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듯, 현실을 왜곡하여 받아들이거나 상황을 잘못 이해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자신이나 타인에 의해 의도적이든 아니든 진실이 가려지거나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겉모습에 현혹되거나, 사실과 다른 믿음을 가질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합니다.


불안, 두려움, 걱정 (Anxiety, Fear, Worry):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나 내면에 깊이 뿌리내린 불안감을 드러냅니다. 현실적인 위험보다는 상상 속의 두려움에 사로잡히거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며 스스로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심리적인 동요가 클 수 있습니다.


잠재의식, 직관, 꿈 (Subconscious, Intuition, Dreams): 의식적인 사고보다는 깊은 내면의 목소리, 직관, 그리고 꿈의 메시지가 중요해지는 시기임을 나타냅니다. 억압되었거나 인지하지 못했던 감정, 욕구, 기억 등이 잠재의식 표면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논리보다는 본능적인 느낌이나 영감에 의지하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 모호함, 숨겨진 것 (Uncertainty, Ambiguity, Hidden Matters): 상황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결정이나 판단을 내리기에 정보가 부족하거나, 중요한 사실이 감춰져 있을 수 있습니다. 진실이나 결과가 안개 속에 가려져 있어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해, 잘못된 판단 (Misunderstanding, Misjudgment): 정보의 왜곡이나 불완전함으로 인해 상황이나 사람에 대해 오해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습니다. 감정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객관적인 시각을 잃을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종합적인 의미:


달 카드가 나타날 때, 이는 현재 상황이 겉보기와 다를 수 있으며, 숨겨진 요소나 감정적인 불안정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논리적인 접근보다는 내면의 목소리와 직관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며, 섣부른 판단이나 결정은 유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의 근원을 탐색하고 직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예술, 창의적인 활동, 또는 심리적인 탐구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달 카드는 어려움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깊은 통찰력과 직관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안개를 헤치고 나아가듯, 진실을 밝혀내려는 노력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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