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이 내리치고, 인간들은 추락한다. 타로의 열여섯 번째 카드 '타워'는 피할 수 없는 붕괴를 그린다. 오랜 세월 쌓아 올린 거짓된 성벽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 그 안에 갇혀 있던 진실이 폭발하는 순간. 나는 그 카드를 보며 오늘의 진보 정치 풍경을 본다.
"우리는 중도보수 정당입니다. “
이 단 한 마디가 얼마나 많은 가면을 벗겨냈는지. 파란 깃발 아래 진보의 이름으로 오랜 세월 결집했던 이들의 마음에, 그 고백은 갑작스러운 벼락과도 같았다. 하지만 정직한 말이었다. 진보의 옷을 빌려 입었으나 그 심장은 언제나 체제의 중심에서 뛰고 있었던 정당. 이제야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한 것이다.
진정한 진보는 무엇인가? 그것은 자본의 이익보다 노동의 존엄을 우선하는 정치다. 토지와 집이 투기의 대상이 아닌 기본권이 되게 하는 정치다. 기후위기 앞에서 성장의 신화를 내려놓고 생태적 전환을 이끄는 정치다. 성별, 인종, 장애, 성적지향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의 평등한 권리를 지키는 정치다. 무엇보다 진보는 사회적 약자들의 곁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정치적 용기다.
삼십 년의 세월, 나는 참 많은 꿈을 꾸었다. 진보의 깃발 아래 서서, 때로는 벅찬 희망으로, 때로는 무거운 절망으로 그 길을 걸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별은 더 선명해진다. 무너진 탑의 잿더미 위에 홀로 서서, 여전히 깃발을 놓지 않는 정의당과 그 지지자들. 모두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나는 진보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선언한 그 사람. 권영국. 그 작은 불씨가 나에게는 새벽빛처럼 보인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고, 기후위기의 절박함을 외치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키며, 약자의 편에 서는 정당. 그들은 무너진 탑의 잿더미 위에서도 여전히 진보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있다. 진보당이 민족주의로 기울어 버린 자리에서, 정의당은 여전히 진정한 진보의 가치—노동, 인권, 평등, 생태—를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타워의 붕괴는 끝이 아니다. 무너짐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필연적 과정. 오래된 거짓이 무너져야 새로운 진실이 설 자리가 생긴다. 세상의 비웃음 속에서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 고집. 그것이야말로 잿더미 위에 첫 벽돌을 놓는 일이 아닐까.
진보는 결과가 아니라 걸음이다. 화려한 승리가 아니라 꺾이지 않는 가치다. 정의당이 그러하듯, 모두가 등을 돌려도 끝까지 걸어가는 고독한 행진. 그 행진 속에서 우리는 다시 탑을 세운다. 더 단단하게, 더 정직하게, 노동과 생태, 인권과 평등이라는 가치들을 하나씩 벽돌 삼아.
진보정치의 탑은 무너졌다. 그러나 탑을 세우는 자의 손은 멈추지 않는다. 가을 하늘 아래, 나는 무너진 타워 카드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무너짐을 두려워하는 정치가 아니라, 무너져야 할 것을 과감히 허물고 새롭게 쌓아 올리는 정치.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진보의 심장이다.
밤은 깊어도 여명은 반드시 온다. 잿더미 위에서도 정의당은, 그리고 우리는 다시 벽돌을 쌓는다. 하나씩, 정직하게, 흔들림 없이.
'탑' 카드는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변화, 기존의 것이 무너지는 상황 등을 상징합니다.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될 때가 많지만, 때로는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기회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주요 키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파괴, 붕괴
급변, 충격적인 변화
재앙, 위기
계시, 진실 노출
해방 (기존 틀에서 벗어남)
깨달음